Blog·Cafe/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설화(說話)문학

지식창고지기 2011. 1. 10. 09:21

설화 개관

 특정 문화 집단이나 민족, 각기 다른 문화권 속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한 문화 집단의 생활, 감정, 풍습, 신념 등이 반영되어 있으며 초자연적이고 신비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설화는 기본적으로 구조화된 이야기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설화가 서사물, 즉 소설의 모태라는 판단의 유력한 근거가 된다.

 설화의 하위 부류를 대체로 신화, 전설, 민담으로 분류하는 것이 통례화되어 있으나, 학자에 따라서는 설화와 민담을 동일시하거나 민담을 다른 개념의 상위 개념으로 두기도 한다. 그러나 설화가 말 그대로 이야기-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른 세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설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전승 방식이 구전된다는 것이다. 구전이라는 점에서 소설과 다르고, 구조화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과 유사하다. 구전이란, 서사의 내용이 구연자로부터 청자에게로 직접 소통되는 방식을 가리킨다. 따라서 구전되는 이야기는 이야기에 대한 문화 집단 내부의 관습을 존중하고 이야기의 골간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의 일부분을 구연자가 재량껏 변형시킬 수 있다. 즉 구연자는 시간과 장소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도와 말솜씨를 발휘해서 이야기의 세부(細部)나 형태적 요소들을 변형시킬 수 있다. 실화가 가지는 이러한 유동성 때문에 텍스트로서의 설화의 원형을 찾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소설 텍스트라는 말은 가능해도 설화 텍스트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설화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설화를 문자로 정착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그것이 바로 문헌 설화이며 이는 곧 넓은 의미에서 문학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설화를 구성하는 하위 유형인 신화, 전설, 민담 등을 몇 가지 상이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신화는 신적 존재 및 그에 준하는 존재들의 활동을 다룬다. 예컨대 그것은 우주의 창생과 종말, 건국 또는 한 종족이나 민족의 시원적 이야기 등을 포함한다. 때문에 대체로 신화는 태고라는 초자연적인 시간 배경을 가지며 그 내용의 둘레에는 항상 신성성이라는 신비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마련이다.

 전설은 신격(神格)의 존재가 아닌, 인간 및 인간의 행위들을 주로 다루며, 초자연적인 시간이 아닌 비교적 구체적인 시간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신화와 구별된다. 또한 신화의 신성성이 제거되고 있다는 특징도 지적될 수 있다. 널리 회자되는 전설들은 대체로 '어느 어느 시대에, 어느 어느 누가, 어떻게 해서, 결국 어떻게 되었더라'하는 플롯 구조에 공통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요컨대 전설에는 실제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고 판단해도 좋겠다.

 민담은 신화의 신성성과 초자연성, 전설의 역사성과 사실성이 거세된 흥미본위의 이야기이다. 흥미와 재미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허구적인 성격이 강하다. 민담의 유형화된 서두인 '옛날, 옛날하고도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에……'는 아예 구연자가 이 이야기는 꾸며낸 거짓말(허구)이라고 처음부터 선언하는 수사이며 기법이다. 민담에서 구체적인 시공간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저 '옛날 옛적'이고 '어느 곳'일 뿐이다.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의 세계보다는 가공의 세계를 주로 다루면서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사건을 만들어 내는 일에만 전념한다. 민담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자체를 재미있게 엮는 일이다. 우화, 야담, 음담 등은 모두가 민담의 특성을 독자적으로 발현시킨 이야기 문학의 부류들이다.

 소설이 이러한 이야기 문학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양자가 모두 사건의 흥미있는 담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그것들은 동일한 이야기의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설화 중에서도 특별히 민담은, 허구적 성격이 강하고 구조화된 이야기 양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설과 가장 흡사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실제로 민담적 특성을 강하게 풍기거나 민담에서 소재를 차용해 온 소설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하다. (출처 : 한용환 소설학 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설화(說話)의 정의.

 설화는 이야기 문학의 하나이다. 이야기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설화는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믿음이나 인식의 정도에 따라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된다. 이 세 가지는 대체로 시기적으로 구분되는데 신화가 가장 앞서고 전설, 민담이 그 뒤를 따른다. 설화는 일정한 구조를 가진 서사 문학의 일종이지만 그것의 발생, 전승, 형식 등에 따라 신화나 소설 같은 다른 서사 문학과 구분된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설화의 특징

 설화는 구비 전승되는 서사 문학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구비 전승의 특성에 따라 설화에는 여러 가지 다른 특성이 부수적으로 발생한다.

설화의 특징을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1) 설화는 그 발생이 자연적, 집단적이다. 이는 설화가 개인의 창작이기보다는 집단의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함을 의미한다.
(2) 설화는 그 사회의 민족적, 민중적 생활 감정과 습속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이는 설화의 발생과 연관된 특성으로서 설화가 집단의 사회 생활의 총체상을 담는 서사문학의 원형으로 작용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3) 설화는 개인의 상상이나 독창성에 의지하기보다는 집단적, 민족적 상상력에 의지함으로써 가장 원형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즉, 독창적인 형식보다는 전형적인 형식의 창출에 기여하고 그 형식을 통해 사회 집단의 원초적인 미적 욕구를 만족시키게 된다.
(4) 설화를 문자로 정착시키면 문헌 설화(文獻說話)가 된다. 따라서, 설화는 수수께끼나 속담과 같이 서사 문학의 한 부문을 형성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후대의 소설문학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제공한 문학 갈래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화에서 소설로 발달하는 과정 : 신화 - 전설 - 민담(설화) - 고대 소설 - 현대 소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화·전설·민담(설화)의 차이

갈래 구분

신 화

전 설

민 담(설화)

전승자의 태도

진실성과 신성성을 인식

진실성을 믿고  중시

흥미와 교훈성을 위주

시간과 장소

아득한 과거, 태초, 신성한 시공간

구체적인 시공간

뚜렷한 시간과 장소가 없음(서사적 과거, 불특정 장소)

증거물

포괄적인 대상(우주, 국가)

특정의 개별적 사물(바위, 하천, 짐승 등)

증거물이 없거나 포괄적인증거물, 인간

주인공

신적 존재, 신성한 주인공(성씨의 시조 포함)

비범한 인간중심

평범한 인간

주인공의 행위

신적 능력의 발휘

예기치 않는 사태에 좌절

인간적 행동, 초월자의 도움으로 운명을 개척함

결말의 특징

숭고함, 종교적

비극적, 운명론적

희극적, 낙천적

전승 범위

민족적, 씨족적

지역적

범세계적

자아와 세계의 관계

자아= 세계(동질성 시대)

자아<세계(자아의 좌절)

자아>세계(자아의 우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신화 개관

 우주의 기원, 초자연의 존재의 계보, 민족의 시원 등과 관련된 신에 대한 서사적 이야기. 신화는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 종교적 교리 및 의례의 언어적 진술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이 정의가 대체로 적용될 수 있는 한국의 신화로는 흔히 고조선
·신라·고구려·백제 및 가락의 이른바 건국신화 또는 시조신화를 으뜸으로 꼽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까지 전해지는 것으로는 각 성씨의 시조신화인 씨족신화와 여러 마을의 수호신에 관한 마을신화, 그리고 무당사회에 전승된 무속신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네 묶음이 될 한국의 신화는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의 공통성은 이들이 다같이 창시자 내지 창업주에 관한 이야기, 곧 본풀이 내지 본향풀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고, 둘째의 공통성은 이들 신화가 실제에 있어 전설적인 속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의 네 가닥 신화들은 창시자의 본풀이인 신화
·전설의 복합체라는 공통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본풀이란 근본 내력에 관한 이야기풀이라는 뜻이다. 어떤 신격(神格)이 어떤 내력을 지니고 어떤 과정을 밟아서 신격을 향유하게 되었는가에 관한 사설이 본풀이이다.
그것은 이야기로 진술된 신 또는 신령의 이력서이다. 따라서, 당연히 신 또는 신령의
전기(傳記) 내지 생애 이야기라는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 때 전기의 길이, 세부적인 부분의 취사 선택에는 신화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신격에 오르는 과정을 포함하는 근본 골격에는 변함이 없는 일군의 신화와, 애초부터 신격을 타고난 인물이 범상을 넘어선 과업을 성취하는 근본 골격에 변함이 없는 또 다른 일군의 신화와를 갈라서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의 전형은 무속신화이고, 후자의 전형은 이른바 건국신화이다. 고려왕조의 시조전승들도 이 후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근본 골격 가운데 전자만을 두고 본풀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이 말은 무속사회, 특히 제주도의 무속사회에 적용된다. 무속신화가 무당시조에 관한 본풀이라면, 건국신화는 건국시조에 관한 본풀이이다.
마찬가지로 씨족신화는 씨족의 시조에 관한 본풀이이다. 여기서 한국 신화에서 시조 혹은 창시자가 지닌 비중이 떠오르게 된다. 한국 신화가 시조 혹은 조상령에 바치는 신앙과 맺어져 있음을 여기서 확인하게 된다. 한국 신화는 조상 숭배의 신화라는 일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조상 숭배의 실현으로서 한국 신화는 조상의 역대기(歷代記)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예컨대
단군신화(檀君神話)와 동명왕신화(東明王神話)가 각기 그 왕국 창업주들의 삼대기라면, 고려왕조 전승은 왕건(王建)의 조상들의 사대기이다.
용비어천가가 이 선례를 답습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특히 조선왕조의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삼대기의 연원을 이들 신화 삼대기에서 구할 수 있음은 흥미롭다.
한국 신화들의 또 다른 속성인
신화·전설의 복합성은 한국 신화가 역사화된 신화 내지 역사 속에 편입된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무조, 곧 무당의 시조에 관한 신화는 이 사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고조선
·삼국 및 가락의 건국신화는 실존한 왕국, 역사적인 왕국의 시조에 관한 이야기인만큼 그 신화성이 역사성과 공존하고 있다.
분명히 여러 가지 신비징후 내지 신성징후(예컨대 천마, 자줏빛, 신령의 공수 등) 들을 수반하여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임에도(또는 그와 같은 존재의 아들이나 손자임에도) 인간 세계에서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 신화에 등장하는 건국 시조들이다.
신이면서 동시에 왕인 이들은 신이자 인간이기도 하다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화적 존재가
탈신화화하여 역사적인 왕국의 창업주로 변모하는 것이다. 탈신화성은 다름 아닌 역사성이거니와 그런 뜻에서 한국신화는 피안의 원리, 초월적인 어떤 원리가 인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단군신화에서 유명해진
홍익인간, 재세이화 등의 이념은 바로 이와 같은 사실과 관련지어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탈신화화하여 역사화된 신화가 곧 한국신화, 특히 건국신화이거니와 전설이 역사적 믿음을 그 이념으로 삼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한국신화가
신화·전설의 복합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복합성은 고려왕조의 조상전승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격의 표상〕

 부분적으로 보아 탈신화화한 신화가 건국신화이거니와 이들 건국신화는 한 왕조의 시조신화라는 점에서 씨족의 시조신화와 상당한 정도의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신라의 왕조신화는 박씨
·석씨·김씨의 시조인 박혁거세(朴赫居世)·석탈해(昔脫解)·김알지(金閼智)에 관한 신화로서 씨족신화의 면모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다. 혁거세도 알지라고 불려진 사실을 고려한다면 세 신화의 동질성은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혁거세신화와 알지신화를 통하여 하늘에서 내린 시조라는 관념을 찾아내기는 힘들지 않다. 그런 관념은 수로신화와 단군신화에서도 쉽게 추출될 수 있다.
한편, 신라의 육촌장에 관한
삼국유사의 기록에서도 같은 관념의 추출이 가능하다면 우리들은 이들 육촌장과 왕조의 시조들의 신화가 그 기본적 성격에 있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관념에 천상에서 세계의 중심 혹은 세계의 정상에 내리는 최초의 신 또는 최초의 왕이라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관념을 겹쳐보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하늘에서 내린 최초의 왕이 이른바
거룩한 왕 또는 신성 왕이었다면 씨족의 시조 또한 거룩한 존재였던 셈이다.
양천허씨(陽川許氏)
·하음봉씨(河陰奉氏) 그리고 창녕조씨(昌寧曺氏) 등의 시조신화에서도 비슷한 관념이 발견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이와 같은 시조신화의 특성은 역사시대 인물의 전기 혹은 조선조 소설 및 비범한 인물전설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방에 전해지는 마을굿 및 탈춤의 기원에 관한 신화 및 전설에서도 하늘에서 내린 존재로 숭앙되는 대상들을 찾을 수 있다. 마을굿에서 숭앙하고 있는
신체(神體) 또는 신격의 표상인 서낭대에 매달린 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대표적인 것이다.
마한의 소도에 매달린 방울 및 무당의 신대에 매달린 신방울들이 신령의 표상임을 생각한다면 하늘에서 떨어진 신방울의 관념에 하늘에서 하강한 신령의 이미지를 겹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씨족의 시조신화와 왕조의 시조신화 사이에 단순한 병행관계만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혁거세신화의 성립과정으로 미루어보면 혁거세신화는 기왕에 씨족장으로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씨족시조 위에 군림하는 통합적인 세력을 지닌 한 씨족의 시조가 나머지 씨족의 시조들을 그 예하에 신종(臣從)시켜가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웃한 씨족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통합적 힘을 지닌 씨족의 시조신화가 왕조의 시조신화이자 건국신화인 것이다.
그것은 달리는, 이미 하늘에서 내린 씨족의 시조들이 새로이 하늘에서 군림하는 씨족의 시조를 그들의 통치자로 추대한 과정에서 생겨난 신화가 건국신화임을 뜻하고 있다. 연합씨족사회의 통치세력인 씨족의 시조신화가 다름아닌 혁거세신화인 것이다. 가락의 수로신화(首露神話)도 이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하늘에서 내리는 씨족과 왕조의 최초의 시조라는 관념은 한국 신화의 신격을 규정지을 때 매우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한 편의 신화가 만일
신들의 서사적 이야기라고 간결하게 정의될 수 있다면 그 정의에서 신이 무엇인가 하는 개념이 중요한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그 정의를 다시
신들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고쳐본다면 여기서 신들이 누구인가, 그리고 그 신이 한 행위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들은 한국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왕족의 시조이고, 그들이 한 행위는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다 하늘의 뜻을 펼 왕국을 건설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게 된다.
이 요약 속에 한국 신화,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건국신화의 윤곽 또는 그 단순구조가 잡힐 것이다. 이 단순구조 속에 따르는 신격 또는 신상(神像)은 시베리아 샤머니즘 신화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시베리아 샤머니즘 신화가 말해주는 바에 의하면, 그들의 최초의 샤먼은 하늘에서 최고의 신의 뜻을 받들어 지상에 내려와 하늘의 뜻을 지상에 편 존재이다. 이리하여 이들 샤먼은 하늘과 지상의 매체 또는 영매(靈媒)가 된다.
그리고 이들 영매가 영매로서의 구실을 수행하기 위하여 천상과 지상을 내왕하면서 의지하는 것이 높은 산, 높은 나무(또는 기둥), 그리고 독수리
··오리·사슴 등의 동물이다. 이와 같은 샤먼(영혼)의 천계여행 또는 우주여행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우주구성론을 보여주게 된다.

〔한국신화의 기본성격〕

(1) 시베리아 무속과 한국신화

 예컨대, 사슴뿔과 나무와 새(독수리)의 깃털 등의 도형을 갖춘 신과 왕관의 원형이 시베리아의 무관(巫冠)에서 찾아진다는 것은 학계에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신라왕관과 시베리아 샤머니즘과의 연관은 이보다 훨씬 깊고 본질적이다. 신라왕관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우주구성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나무 도형은 마한의 소도나 단군신화의 신단수, 그리고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는 수살대나 솟대와 함께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세계나무(우주목) 또는 샤먼의 나무 혹은 오브에 견주어질 만하다. 세계의 한가운데 솟아서 세계의 기둥이 될 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위와 땅 밑 세계를 이어주고, 그럼으로써 샤먼의 영혼이 그에 의지하여 우주여행을 하게 되는 매체가 다름 아닌 이들 나무들이다.
그런가 하면, 동명왕신화에서 하늘에 대한 호소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어 있는 사슴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
우주사슴으로 불린다.
특히 사슴은 무당영혼의 지하세계 여행에 임하여 큰 구실을 하게 되는 짐승이다. 이 짐승의 뿔은 그것이 지닌 나무와 같은 속성 때문에 영원한 생명력의 표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날카롭고 뾰족한 모양 때문에 샤먼의 무기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이에 비하여 독수리는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이른바
우주새로서 샤먼의 영혼이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천계여행을 도맡아 안내한다. 심지어 최초의 무당이 깃들인 알을 천상에서 품었다가 지상의 나무 위에서 부화시킨 새가 곧 독수리이다. 이 경우, 독수리가 품고 온 알에서 최초의 무당이 탄생된다는 모티프는 우리들의 건국시조가 알에서 태어난다는 모티프와 상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나무와 사슴과 독수리를 종합하게 되면 샤먼의 영혼이 우주여행을 하게 되는 도정과 그에 대응된 우주의 구성이 드러나게 된다. 세계수가 이음자리 구실을 하고 있는 하늘 위와 땅 밑을 각각 분담한 짐승이 곧 독수리이고 사슴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추정이 옳다면 신라의 금관은 하늘과 지상과 지하의 삼계로 이루어지는 우주를 나무와 사슴뿔과 독수리깃을 수평선상에 배열함으로써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러한 왕관을 쓴 왕권이 어떠한 것이었던가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신라왕관은 샤머니즘적인 우주구성론이 바탕에 깔려 형성된 왕권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신화론에서 차지하는 우주발생론과 우주구성론의 비중이 큰 만큼 신라왕관의 구도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우주구성론이 지닌 공통성은 매우 뜻깊은 것이 되고, 따라서 우리 문화와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유대가 지닌 뜻도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신라왕관의 형상은 특정한 신화적 발상법을 조형예술적 언어로 기술한 표현 체계로 포착되어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2) 원초성과 풀이

 오늘날 남겨진 건국신화나 씨족신화, 그리고 마을신화에서는 우주발생론을 찾을 수가 없고 아울러 우주구성론의 뚜렷한 윤곽도 잡을 수 없다.
이들 신화들은 다같이 인간 문화 및 제도의 기원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원초적이다. 단군신화가 그 전형으로, 이들 신화의 원초성은 문화적 원초성이다.
따라서, 단군 일가가 그렇듯이 이들 범주에 속하는 신화의 주인공들, 특히 건국신화의 주인공들은
문화적 영웅들이다. 하늘 또는 타계에서 지상 또는 이 세상에 나타나 인간세상에 문화와 제도의 기틀을 베푼 존재들인 것이다.
제주도에 전해지는 무속신화는 이 점에서 아주 특이한 성격을 드러낸다. 그것들은 우주의 창생과 우주의 구성에 대하여 말하면서 문화나 인간적 제도가 있기 이전의 자연에 관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인간들이 살 만하지 않았던 자연 또는 우주가 어떻게 해서 한 신령에 의해 인간들이 살 수 있도록 길들여지고 질서화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제주도 무속신화는 지니고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의 원초성은
우주적 원초성이라는 점에서 건국신화의 원초성과는 사뭇 다르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는 이 로고스가 있기 이전의 공간이 큰 몫을 차지하고, 낮
·밤의 가름이 있기 이전의 시간이 아울러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건국신화의 공간은 마을이거나 인간공동체이고 시간은 역서(曆書)상의 시간이다.
제주도 무속신화와 건국신화의 이와 같은 차이는 결정적인 것이다. 무속신화에서는 자연과 문화 사이에 빚어질 갈등의 조화가 곧 신화의 기능이라는 명제를 확인해도 좋을 것이다.
이와 같은 두 신화의 차이는 무속신화가 본질적으로 더 원초적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속신화의 그것에서 유추될 수 있으리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제주도 무속에서는 신화를
본풀이 또는 본향풀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 두 용어는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무당 조상의 전기(傳記)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면서 아울러 개벽신화 또는 창생신화라고 불러도 좋을 이야기를 지칭하고 있다.
예컨대, 제주도 무속의 대표적 신화인
천지왕본풀이는 신들의 내력과 천지창조의 과정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본토의 무당들은 본풀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본토 무속의 대표적 신화인
바리공주만 해도 서울지방의 무당들은 이를 말미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바리공주는 그 성격상 본토 무당의 유일한 본풀이 또는 본향풀이이다.
말미말미암음의 말미와 관계가 있을 듯하다. 인연·동기·사유 등을 나타내는 말이 곧 말미일 것이라 본다면 말미라는 용어가 본풀이라는 용어와 그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있어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음동의어라고 보아도 큰 잘못은 없을 듯하다.
실제로
바리공주는 한 여성과 그 일족이 무신(巫神)이 되어가는 사유와 유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보면 말미가 본풀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뜻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들은 본풀이라는 개념을 제주도 바깥으로 넓혀서 쓸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뿐만 아니라 비록 본토에서 무당들이 그들의 신화를 본풀이라고 부르고 있지는 않아도 그들의 신화나 노래 속에 본(本)이라는 말은 많이 쓰고 있다.
누구의 본을 볼작시면…….", 무엇의 본을 받아……. 등과 같은 사례들이 보이고 있다. 이것은 본토의 무당들이 부르는 신화 역시 본에 관한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고조선과 삼국 및 가락의 시조신화는 각기 신화적 인물들의 원향(原鄕)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출생과 성장, 그리고 혼인과 즉위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음을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다.
이것이 한국 상고대신화의 전기적(傳記的) 유형이다. 한 인물의 출생과 성장 및 행적을 더듬고 그 죽음은 어떠하였는지를 한국 신화는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사후에 신격화된 모티프를 지닌 것도 있다.
이런 줄거리가 한국 상고대의 왕권을 신성화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천신의 아들로
홍익인간을 위하여 신단수에 의지하여 지상에 내려온 환웅은 시베리아 원주민의 무조신화(巫祖神話)를 반영하고 있다. 혁거세와 수로, 그리고 알지의 신화적 성격도 환웅(桓雄)과 멀지 않다.
이와 같이 볼 때 한국 상고대신화는 상고대왕조의 왕권이 무속원리에 의하여 신성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상고대신화들은 오늘날 굿판에서 구연되는 무속신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그것은 무속신화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가
본풀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듯이 상고대신화도 역시 본풀이의 신화로 간주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3) 풀이와 공수

 한국 신화의 기본적 성격은 이와 같은 본풀이공수라는 개념을 삽입시킴으로써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신화는 기본적으로 신들이 주체가 된 신들의 이야기라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그같은 신화의 속성에서 신들이 가지는 주체성은 신들이 신화 속에서 전개되는 행동의 주체라는 정도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신화에서 나타나는 신들의 주체성은 신화라는 이야기마저 신들 자신이 서술하고 있다는 데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신화는 신들 자신이 이야기한 신들의 이야기이다. 신화에서 신들이 가지는 이와 같은
이야기하는 자로서의 주체성은 삼국유사에 실린 가락국기에 아주 잘 드러나 있다.
신들이 일러준 대로 인간들이 받아 적거나 인간들의 입으로 다시 이야기한 것이 신화라는 점에서 신화에는 디크타트(받아쓰기)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하여도 좋거니와,
가락국기는 무엇보다도 신들이 일러준 대로 인간의 입으로 옮겨서 서술한 이야기이다.
한국 무속에서는 신이 직접 불러주거나 일러주는 것을
공수라고 한다. 신에 접한 무당이 신의 말을 옮겨 놓은 것이 공수이다. 공수 속에 신 스스로가 자신의 내력에 관하여 진술하는 이야기, 곧 본풀이가 포함됨은 말할 나위 없다.
이리하여 공수는 본풀이와 겹쳐지고 여기서 한국 신화의 기본적 성격이 결정된다. 무속현장에서는 이야기 서술로서의 풀이와 제액(除厄)이나 축마(逐魔)하는 제의적 행위로서의 풀이가 한데 엉겨 공존하고 있다. 이것은 이야기풀이로서의 신화가 지닌 제의적 기능에 대하여 말해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본향풀이는 굿에 수반되어 가창된다. 단순히 수반되는 것이 아니라 무당굿의 핵심을 이룬다. 이 때 무당은 굿을 하면서 신화를 노래와 춤으로써 이야기풀이하는 복합성을 띤 연행자(演行者)가 된다.
무속신화는 노래와 더불어 춤추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굿 속에서 굿과 더불어 춤추어진다. 무당은 몇 가지의 배역(act role)을 혼자 도맡아 연행하는 일인무극(一人舞劇)으로 그의 굿을 치러가는 것이다. 그런 면을 강조한다면 무속신화는 몸짓과 노래로써 이야기되는 신화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무속신화의 이와 같은 속성은 사실상 상고대, 예컨대 신라
·가락 등의 왕조신화에서도 발견되는 것이어서 한국신화의 보편적 속성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락의 수로신화는 집단으로 노래와 춤을 곁들여 연행된 현장을 구체적으로 문헌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가락국기의 신화가 신이 일러준 공수를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공수와 풀이의 이중성이 떠오르게 된다. 신에 의하여 인간에게 주어지는 신의 풀이가 공수일 때 공수와 풀이는 한짝이 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공수와 굿거리로서의 풀이와 이야기로서의 풀이가 서로 맺어져 있는 맥락 속에 신과 제의와 신화의 상관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 맥락의 구체적인 모습은 앞서 말한 대로 한국 샤머니즘의 현장에서 드러난다. 이 맥락은 상고대의
가락국기 서두의 영신의(迎神儀)와도 접맥되어 있다.
천신의 공수에 따라 신맞이를 하고 그 굿의 줄거리가 신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가락국기의 영신 부분은 한국 상고대신화가 간직한 가장 오래된 한국의 신화적 원형이다.
신 자신이 직접 불러준 것이 공수라면, 그 공수를 인간이 다시 서술한 것이 풀이이다. 공수와 풀이는 서술자의 처지가 달라질 뿐 동일한 실체의 서로 다른 양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공수와 풀이의 양면성에서 한국 신화가 지닌 기본 성격의 하나가 부각되게 되는 것이다.

참고문헌 韓國의 神話(장주근, 成文閣, 1961), 南國의 神話(秦聖麒, 아림출판사, 1964), 濟州島神話(玄容駿, 瑞文堂, 1976), 韓國의 神話(金烈圭, 一潮閣, 1976), 韓國神話와 巫俗硏究(金烈圭, 一潮閣, 1977), 韓國民俗大觀 6-口碑傳承·其他-(高麗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1982).(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희망 문학 한민족(신화와 습속)

〔신화와 습속의 관계〕

 신화와 습속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민간 구술전승(口述傳承) 일반과 습속의 관계에서 유추할 수 있다. 즉, 민간 구술전승이 습속의 언어적 표현이듯이 신화 또한 습속의 언어적 표현인 것이다. 이럴 경우 신화와 구술전승을 습속의 구술상관물(口述相關物)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신화가 습속의 구술상관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습속을 앞세우고 신화를 습속에 뒤따르는 언어표현체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신화와 습속은 동일한 발상법(發想法)에서 비롯된 서로 다른 표현체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사고방식이나 관념체계를 육체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습속이라면 언어를 통하여 표현한 것이 신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습속은 매우 포괄적인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전승되어서 관례화된 생활양식 및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나, 그 외연이 커서 적지 않은 내포를 지니고 있다.
제례(祭禮)나 의식(儀式)과 같이 격식화된 생활양식 및 행동양식만이 아니고 일정한 윤리체계에 의하여 뒷받침되는 일상의 생활양식도 습속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신화와 관련된 습속에 대하여 서술함에 있어 먼저 제례
·의식 등 격식화된 생활 및 행동양식을 다루고, 다음으로 일상 생활습속에 대하여 설명하려 한다.
삼국지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보이는 초기 고구려의 혼인풍속은 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동명왕신화(東明王神話)에서 해모수(解慕漱)가 하백(河伯)의 딸 유화(柳花)와 혼인하는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신화와 습속의 일부인 혼인풍속에 존재하고 있는 특정한 병행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로부터 논의를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혼인풍속이 후대의 이른바 신행제도에까지 그 자취를 남기고 있는 것이라면, 고구려 신화가 당시의 혼속만이 아니라 현대의 혼속에 대하여도 상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신화맥락 속의 습속과 굿〕

 오늘날에도 동해안 일대와 영남·호남 일부, 그리고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마을굿은 촌락공동체가 주기적으로 치르는 계절적인 통과의례이다.
별신굿
·도당굿·서낭제·당굿·동제(洞祭)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마을굿은 마을의 골막이, 곧 수호신이 한 해에 한 번 혹은 3년 내지 5년에 한 번씩 마을에 내릴 때마다 마을사람들이 그 신령을 모시고 마을의 풍요와 주민의 건강을 다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마을굿 가운데 일부는 서낭나무 또는 당나무라 일컬어지는 신성수(神聖樹) 아래서 신내림을 받는다. 사람이 잡고 있는 서낭대의 떨림으로 표현되는 신내림을 받은 마을사람들은 제주 또는 당주를 중심으로 하여 신령을 모시고 마을굿을 올리게 된다.
이와 같이 성스러운 나무 아래서 신내림을 받아 치르는 마을굿의 현장은
단군신화(檀君神話)에서 환웅(桓雄)이 신단수(神檀樹) 아래로 내려오는 장면과 신단수를 둘러싸고 베풀어진 신시(神市)를 연상시켜 준다.
그런가 하면 하늘에서 내려와 숲속의 거룩한 나무에 섬겨지는 마을굿의 신령은
김알지(金閼智)의 신화를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사례들로 미루어보면 오늘날의 마을굿은 옛날의 신화를 몸짓으로 재현하고 있는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단군신화와 김알지신화의 육체적 재현이 곧 마을굿인 것이다.
그러나 상고대의 신화 그 자체를 언어표현체로서만 국한시킬 수는 없다. 오늘날 전해지는 상고대 신화에서 어느 만큼이 제의 내지 굿이고 어느 만큼이 신화인지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굿과 이야기의 복합이 곧 상고대의 신화이다. 다시 말해서 상고대에 치러진 굿을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상고대의 신화인 것이다.
삼국유사≫〈가락국기 駕洛國記의 수로맞이 부분은 그와 같은 신화와 굿의 복합에 대하여 말해주는 구체적인 보기이다. 하늘에 있는 신령의 공수를 받들어 공수가 일러주는 대로 춤추고 노래하면서 신맞이한 절차가 곧 가락국기의 수로맞이 부분이다. 고구려의 동맹(東盟)이나 수신굿 또는 삼한의 소도굿 등과 함께 가락국기의 신맞이가 오늘날의 별신굿이나 도당굿의 선례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별신굿 또는 도당굿이 단순히 상고대 신화의 육체적 재현이라는 면에서만 습속과 신화의 유대에 대하여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별신굿 또는 도당굿은 보다 더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차원에서 특정한 신화적 발상법이 습속과 맺고 있는 관련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다.
별신굿에 내포되어 있는 신화적 발상법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공시화(共時化)이다. 자연이 지닌 시간적 기복에 인간들이 자신의 삶의 기복을 맞추어서 자연과 인간 사이에 동일한 풍요의 원리 및 재생의 원리가 존립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시화이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적인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적응 이상의 것으로, 계절의 변화를 있게 하는 자연의 원리 또는 힘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여 그것을 인간의 몫으로 확보함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믿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힘이 신령의 내림과 함께 인간에게 주어지는 현장이 곧 별신굿판이다. 자연의 힘과 신령과 인간의 일체화가 그 굿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별신굿판이 정월 보름에 벌어지는 것에서 확인된다. 작게는 어둠
·무거움·닫힘·부정(不淨) 등의 의미를 함축하고 크게는 죽음을 의미하는 겨울과 봄의 가름에서 치러지는 이 굿판은 작게는 밝음·가벼움·열림·맑음 등을 불러들이고 크게는 새로운 생명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이때 별신굿판은 계절의 가름에 자리잡은 통과의례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별신굿의 이러한 구실은
난장판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난장은 묵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옮겨가는 중간 과도기에 위치한 계획된 무질서, 만들어진 혼돈이다. 이 같은 속성 때문에 난장은 묵은 것을 청산하고 새것을 예비하는 창조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제의적 광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난장은 한국인의 집단적인
신명판이고 신바람판이다. 그것은 단순히 춤과 풍악과 노래가 있어서가 아니며, 난장판에서의 신명은 매우 다원적인 것이다. 우선 춤과 노래와 놀이가 있는 흥겨움이 신바람의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러한 흥겨움보다 더 심층적이고 중요한 신바람의 요인들이 있는 것이다.
전통사회의 양반과 상민 사이의 갈등을 상민의 처지에서 발산할 수 있었던 것도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것은 또한 잠복된 공격성향을 사전에 누그러뜨리는 구실도 하게 된다. 그리고 놀이가 부분적으로나마 예술의 경지에서 표현될 때, 거기서 공격심성의 승화된 표현을 모아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원적 요소를 지닌 신바람은 신지핌 내지 신내림(혹은 신실음)으로 말미암아 가능해진다. 실제로 별신굿판은 무당을 통하여 당주(제주)가 받은 신내림이 마을 안에 널리 퍼져가는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진다. 접신(接神) 상태의 집단적 감염이라 부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별신굿판에서 한국인이 경험하는 신바람은 종교성
·사회성·경제성과 생리적 욕구 및 정서적 욕구 등 여러 차원에 걸친 복합성을 지닌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바람을 피울 수 있는 난장이 겨울에서 봄으로, 묵은 것에서 새것으로, 부정에서 맑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옮아가는 자연의 변화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는 계기, 말하자면 인간이 자연과 공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정해진 달력을 따라 베풀어진 별신굿판은 한국인의 삶의 리듬이자 제의라는 습속이었다. 그런데 별신굿이 한국의 전통적인 농경사회가 지켜오면서 관례화되고 제도화된 습속임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한국인의 생활습속에 깊이 관여한 신화적 원리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별신굿이 신화와 제의의 복합적 표현인
가락국기나 단군신화를 회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별신굿과 신화의 연계성을 더욱 굳혀주고 있다.

〔신화와 일상습속〕

 마을굿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며, 자연종교에 있어 어느 경우나 그렇듯이 별신굿도 매우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통사회에서 한국인의 생활 전반에 관여하였다.
난장판의 신명만 하여도 그것이 한국인의 감정생활 및 정서생활에 끼친 영향은 간과될 수 없다. 이는 별신굿이라는 습속과 맺어진 신화가 훨씬 더 깊고 넓은 차원에서 한국인의 생활습속에 관여하였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생활습속을 규제하고 있는 관념체계, 예컨대 크게는
민간사고(民間思考)나 속신(俗信), 작게는 방위관념이나 시간관념 혹은 성(聖)과 속(俗)의 관념 등은 물론이고 지킴이나 가림 등의 행동체계도 별신굿판과 관련지어서 생각할 수 있다. 가령 외지(外地)가 부정한 곳이라는 생각, 그래서 외지는 가려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은 별신굿판을 신성하게 혹은 정(淨)하게 확보하려는 의도와 맺어져 있는 것이다.
별신굿을 비롯한 마을굿에서 마을사람들은 당연히 외지인과의 접촉이 금지된다. 가림과 지킴은 대체로 부정과 금기에 대응하고 있거니와, 이 둘은 별신굿판의 행동지침이 됨과 동시에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매우 넓게 그리고 깊게 한국인의 습속을 제약하고 있다. 부정을 가리지 않으면 동티
·살 등으로 표현되는 재앙을 입게 되며, 마찬가지로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해도 재앙을 입게 된다.
한국인은 일상의 나들이, 경제활동, 타인과의 교제 등에서 가리고 지키는 생활습속을 익혀온 것이다. 외지와 함께 여성과 죽음이 부정한 것임은 별신굿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다를 바가 없다. 만일 이 세 가지를 한국인이 지켜온 부정의 3대원리라고 부른다면, 그것들은 별신굿이라는 습속 안에서 기능하면서 아울러 일상의 생활습속에서도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국인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여성을 부정시하고, 먼 데 나들이에 신경을 쓰고, 남의 죽음을 되도록 멀리하려고 한다. 별신굿판에서 작용하는 부정의 3대원리가 현대의 생활습속으로 굳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여파는 이른바 남아선호(男兒選好)로 나타나 인구문제에까지 미치는가 하면, 생사관의 올바른 정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별신굿판을 둘러싼 지킴과 가림이 생활습속에도 그물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별신굿판은 상고대의 신화 및 의례를 오늘에 재현하는 집단적 종교의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과 동화하면서 살아가는 농경사회의 경제원리를 포괄하고, 사회적 행동규범을 제약하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별신굿판의 포괄성 내지 다양성이 여러 요소들의 대등한 병치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다양한 국면 속에 지배적이고도 통합적인 원리가 존재하였던 것이다. 그 원리란 다름아닌 무속신앙과 맺어진 종교적 믿음이며, 또한 그 믿음과 짝지어진 신화성(神話性)이다. 신령과 인간, 성과 속, 그리고 하늘과 땅 등의 양립론적 대립을 전제하면서도 종국적으로 그 대립이 지양된 상황에서 이룩될 풍요와 안정을 구하면서 별신굿은 치러졌다.
그것은 우주론적인 차원으로 확대된 인간존재론의 특수한 표현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물음과 맺어져서 무엇이 인간들의 삶을 떠받들고 있는 으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구체적 해답이 별신굿판에서 실연(實演)된 것이다.
별신굿판의 이와 같은 우주론적인 혹은 자연주의적인 존재론을 간과하지만 않는다면 한국인의 신화 내지 신화적 발상법이 존재론적 체계에 편입된 구체적 표현으로서 그 굿판을 이야기하여도 좋을 것이다.
존재론적인 명제가 행동양식
·행동규범 등 실제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습속을 제도화되고 관습화된 행동체계로 규정한다면, 상고대 신화의 오늘날에 있어서의 육체적 재현인 별신굿판이 이러한 습속을 가능하게 하고 제약하는 불문(不文)의 헌법 구실을 하였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전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설화(說話)의 한 형태. 학술적으로는 설화를 신화(神話)와 민담(民譚)과 전설로 분류한다. 전설은 민담과 달리 역사상 사건을 소재로 하고 증거물이 남아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傳)이 뜻하는 바와 같이 전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 오는 통시간적(通時間的)인 존재이며, 이 시간에 따라 널리 전파되므로 넓은 공간에 파급된 문화 형태라고 하겠다.
전달하는 내용, 전달하는 사람, 전달 방법, 이것을 수용하는 사람, 그리고 어떤 변화가 있다는 점은 언어나 문학
·언론과 비슷하지만, 일정한 형식과 내용이 결합한 형태로 전하는 과정을 수없이 대를 물려서 현재까지 이르렀다는 시간의 여과(濾過)와,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것만 전승되었다는 점이 다른 문화 현상과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 것이나 전설이라고 할 수 없고, 전설은 일정한 민족 또는 지방에서 민간에 의해 내려오는 설화인데, 신화가 신격(神格) 중심이라면 전설은 인간과 그 행위를 주제로 이야기한 것이다.
전설은,
말하는 화자와 듣는 청자가 그 이야기의 사실을 믿으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기념물이나 증거물이 있으며,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어 역사에서 전설화했다든가, 혹은 역사화의 가능성이 있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분 류〕

설화는 문헌으로 전하는 문헌전설과, 현재 들을 수 있는 구비전설(口碑傳說)로 나뉜다. 구비전설은 다시 첫째 대상, 둘째 전파·분포, 셋째 증시물(證示物)의 수, 넷째 시간성(時間性), 다섯째 표현 방법, 여섯째 지역적 분포에 따라 하위 분류가 생긴다.
첫째의 대상은, 설명하는 대상에 따라
자연물(자연전설) : 육지(지역지명··고개·바위··식물·동물), 하해(샘·우물·····항구·바다·항만), 인공물(인문전설) : 유적(성터··정자와 누각·다리·비석··廟堂·무덤), 유물(복식·음식·가구·가면·신앙물·武具), 사찰연기담(사찰··불상··經版·佛具), 인간과 동물 : 물적 증거는 없으나 보조분류하면, 인물(長者·高僧·충신·학자·武將·시조), 인간행위(과거·풍수·修練·怪誕·占卜·棄老·힘내기·人身供犧·戰亂), 동물(용·호랑이··지네··기타동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은 물적 증거에 따라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의 전파
·분포는,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어 민담과 가까우나 증시물이 있는 광포전설(廣布傳說)과, 국내의 유일하거나 몇 개 되지 않는 사건을 담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특수전설(特殊傳說)로 나눈다.
쌀 나오는 구멍
米穴 전설이나, 홍수로 산꼭대기까지 물이 잠겼다는 홍수전설은 광포전설이고, 어느 가문이나 동네에만 있는 것은 특수전설이다. 이 분포를 지도에 그릴 때 전국 골고루 분포된 균포(均布)전설과 한쪽으로 치우쳐 몰려 있는 편재분포(遍在分布)전설로 나누기도 한다.
셋째의 증시물의 수는, 전설의 공간적인 증거물인 증시물의 수에 따라서, 단 하나뿐인 단일증시전설과, 한 전설에 연결되어 전설이 사실임을 강조하는 연쇄증시전설로 나눈다.
넷째의 시간성은, 전설이 미치는 시간을 따져 이미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설명하는 설명전설과, 다분히 신앙적인 예언성을 가진 예언전설로 나눈다. 이것은 과거에 예언 완성이 된 완성형과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예언미완성형으로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지리산 근처에서 장차 나라를 구할 영웅이 태어날 것이라는 전설은 예언미완성형이 된다.
다섯째의 표현 방법은, 그 전설의 줄거리만 간단히 들어 증시물만 설명하는 건조체 전설과, 길게 수식하여 흥미를 주는 재미있는 윤색체 전설로 나눈다. 여섯째의 지역적 분포는, 국가별
·도별·군별 등 지역에 따라 같은 계열의 전설이라도 미묘한 차이와 형편에 따라 분류를 새로이 만들 수 있다.

〔구 조〕

시간을 제시하는 단어에 따라 고정적인 진행상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전설은 맨 처음 시작할 때, 옛날 어느 곳에 한 사람이 살았는데라고 말하는 옛날에가 나온다. 전설에는 되도록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려 하지만, 대개는 엄밀히 말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전설이 전개될 때는
하루는, 어느 날이 제시된다. 하루는이 제시되기 전에는 막연히 시간과 공간과 인간을 제시했을 뿐 능동적인 힘(운동)이 가해진 것이 아니므로 이야기가 활동하지 않는 정적(靜的)인 상태로 발단 부분이 되고, 하루는 이후가 전개 부분이 된다.
그 다음은 이야기 내용이 바뀔 때마다
마침, 그 때, 한편, 이 때, 얼마 뒤 등 구체적인 변화 시간이 제시된다. 그러다가 과거 이야기 내용이 끝나 현재까지 순식간에 이어지려고 할 때는 지금도 그 증거가 있다.지금도가 제시된다.
이런 시간 제시 단어를 시간화소(時間話素)라 하고
옛날에-발단부 시작, 하루는-전개부 시작, 제시된 가변적인 시간-전개부와 결과부, 지금도-증시부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곧, 시간화소에 따라 전설의 진행은 발단부전개부결과부증시부 등 네 부분이 된다.
전설을 크기에 따라 분석해 가면, 맨 처음에 다른 전설과 구분이 되는 전설형(傳說型, type)이 있고, 다음에 독립될 수 있는 이야기인 삽화(揷話, episode)로 나눌 수 있다. 이 삽화는 전설마다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서 일정하지 않다.
다음에 작은 이야깃거리인 모티프(motif)가 있다.
일본에 간 박제상을 기다리던 아내가 죽어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사람이 돌로 변한 화석(化石) 모티프가 되는 것이며, 그 아내가 죽어서 새가 되었다면 화조(化鳥) 모티프가 되는 것이다.
“① 그 아내가, 죽어서, 망부석이 되었다.는 적어도 세 단어인 ①②③으로 구성된 것이니, 이 구성된 단어나 구절을 화소(話素)라고 하면, 수많은 비슷한 전설의 변이(變異)를 들어 해석하기가 편리하다. 는 같은데 이 새로 바뀔 수도 있고, 여자 산신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 바뀌는 단어를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아내는 어떤 사람인가, 왜 죽어서만 달리 변화하는가, 새나 망부석이나 산신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서 이 때 새라는 단어의 어떤 내적 의미가 작용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뒤따르기에 이 화소가 갖는, 이야기를 형성시키는 내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것을 속성(屬性)이라 할 때 전설을 종적(縱的)으로 분석해 가면
전설형삽화모티프화소속성 같은 구조 단위가 설정된다. 속성 단계에 이르면 구조와 의미가 미시적인 경지에서 만나므로 구분이 모호해지게 되지만 화소에 곁따르므로 구조 단위로 삼은 것이다.

〔의미해석〕

전설을 해석하는 한 예로 망부석의 속성을 살펴보면, 돌에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찬양받을 만한 기념물이라는 속성이 들어 있다. 이 기념물을 보고 부인의 정렬을 찬양할 사람은 그 근처의 주민이다. 그래서 합심하여 부인의 기념비를 세우고자 했을 것이다.
반드시 인공으로 만든 기념비가 아닐지라도, 부인이 죽은 장소에 있던 자연석을 기념하는 대상으로 정하고, 이것을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은 이 망부석(기념비나 자연석)을 대하면 죽은 부인을 대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이 사이를 생략하면 부인이 죽어서 바로 망부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치술령전설의 상징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박제상 부인이나 딸이 기다리다 죽어서 망부석이 되었다(돌의 속성은 오랜 기념 : 주민이 정절을 찬양기념비를 세움망부석이라 부름망부석이 됨), 새가 되었다(새의 속성은 날아가서 만남 : 남편에게 찾아갈 수 없어서 죽음새는 날아감새가 되면 남편에게로 갈 수 있음새가 됨그 증거로 隱乙庵이 있음), 산신이 되었다(산신의 속성은 존경심과 신앙심 : 주민이 정절을 찬양존경심과 신앙심이 생김산신으로 모심→審述嶺山神이 됨).
또 한 예로 우리 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부임 첫날밤에 죽은 원님 이야기를 해석해 보자. 이 이야기는 여러 원님이 어느 고을에 부임하는 첫날밤에 죽었다. 새로 온 원님은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혼을 만나서, 또는 지네와 독이 해치는 것을 알아서 사건을 해결하여 칭송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부임 첫날밤 화소의 의미는 첫날밤 당일이 아니라 부임 초라는 속성이 있다. 부임 직후 전임 사또가 해결하지 못하고 넘겨 준 미제 살인사건을 신임 사또가 신속하게 해결해 민심을 안정시킨 중요한 시기를 첫날밤으로 축소했다고 본다. 신임 사또의 능력은 바로 첫날밤에 해당하는, 곧 첫날밤과 같은 부임 직후에 판명된다.
아랑사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면 백성들은 원님이 죽은 원님 곧 무능하고 백성만 괴롭힐 원님이라고 불신하고 배척할 것이다. 그래서 원님의 자격을 상실한 정신적인 죽음을 육체적인 죽음으로 전설은 표현한다.
지네와 여우 때문에 첫날밤에 죽은 원님 이야기는 지네와 같이 극독한 불량배나 도둑을, 여우같이 간교한
토호(土豪)나 아전을 다스리지 못하고 놀아난 무능한 원님을 풍자한 내용이 된다. 이 전설에서 원님이 살아남으려면 용기와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이들 전설은 곧 아랑이라는 귀신이야기 속에 사실은 위정자에 대한 백성의 소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신라시대에
손순(孫順)이 어머니를 위해 사랑하는 자식을 파묻으려 했더니 돌종石鐘이 나와 아이를 못 파묻고, 이 돌종 치는 소리를 들은 왕이 표창했다는 손순매아전설 孫順埋兒傳說에서는 돌종이 왜 등장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돌종 때문에 아이를 살렸으니 자손 얻기가 되고,
돌종소리가 난다소문과 명성이 전국에 퍼진다왕이 들었다하사품을 내리고 동네 이름을 짓고 비석을 세웠다는 해석 과정을 들면 이것은 부(富)와 귀(貴)를 얻는 것이다. 곧, 효도하여 부···자손 얻기 등 한국인의 소원을 다 충족한 것이다.
이상의 박제상 아내, 첫날밤에 죽은 원님, 손순의 아이파묻기전설을 화소와 속성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한국적인 전설 연구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전설과 변이대조〕

국내의 자료를 비교해 보면 같은 전설형 안에도 여러 가지 변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앞의 손순이 아이를 파묻는 경우, 돌종 외에도 북·밥그릇·솥과 황금이 나왔다는 변이가 있다.
중국에는 솥이 나왔다는
곽거(郭巨)이야기가 있다. 이 때 그 화소를 속성에 따라 분석해 보면, 북은 돌종과 마찬가지로 소리를 내므로 명성과 소문을 통한 부··자손 얻기를, 식기와 솥은 가난을 면하려는 풍부한 음식, 곧 부를, 황금은 직설적으로 부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전설의 변이는 오랜 시간과 넓은 공간과 다양한 화자라는 시
··인의 변화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조사자는 임의로 가감첨삭하지 않고 주의 깊게 원형 그대로 수집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조그마한 변이라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설의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삼가야 하며,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 다른 사람의 해석을 경청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지리산 근처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모호한 부분을 해석해 줄 수도 있고, 구약성경
출애굽기모세가 홍해 건넌 이야기와 우리 나라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강 건넌 이야기, 또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李成桂) 선조가 두만강을 건넌 용비어천가 19장의 이야기는 건국신화로서 서로 비슷하지만, 민족적인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것도 아울러 알아야 한다.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Midas) 왕의 귀는 당나귀 귀였는데 우리 나라 삼국유사에 실린 경문왕의 귀도 당나귀 귀였고, 이것은 지금도 경상북도 경주지방의 전설로 전승되며, 일부는 민담으로 전해 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여 이발사가 죽지만, 우리 나라 전설 중에는 그런 큰 귀는 민심을 널리 듣는 제왕다운 훌륭한 귀라는 해석이 있어 도리어 기뻐하며 상을 주었다는 것도 있다.
이 전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론의 자유, 정보의 확산, 제왕도 약점이 있다는 인간의 보편성을 같이 담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당나귀 귀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1990)는 이런 긍정적인 면을 담은 것이다.
이와 같이 국내외 자료를 비교할 때는 미세한 부분까지 대비하여 해석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대홍수전설노아 홍수와 비슷하지만, 거의 모든 전설에서(남한의 경우 780곳 중 760곳) 새 한 마리 앉을 만큼만 산이 남고 온 천하가 물에 다 잠겼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대홍수가 지구상에, 좁게는 우리 나라에 있었다는 실제 증거도 되지만, 인문과학적으로 보면 홍수와 같은 전쟁과 질병과 흉년 등 큰 재난이 인간에게 닥쳐도 최후의 1
까지 버텨 그 고난을 극복하고 원상태로 복귀한다는 끈질긴 생명력과 희망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에도 몇 편이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25곳에 널리 분포된,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獒樹)지방의 의견설화계통(鎭火救主型 義犬說話)에서는 인간만이 갖는다는 지(智)
·덕(德)·체(體) 또는 지(知)·인(仁)·용(勇)을 동물인 개가 지니고 있어, 사람이 개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교훈을 강렬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의 윤리관이 강조된 것이다.

〔분 포〕

전설은 민담이나 신화와 달리 공간적인 면이 크게 작용하므로 자연히 분포 문제가 생긴다. 전설의 분포는 전설 내용의 지표상(地表上)의 증거이다. 유일한 것을 분포라고 하지 않으므로 그 자체가 변이 양상(變異樣相)이 된다.
이러한 변이는 전승하는 중에 일어난 것이고, 그것이 현재 지표상에서 정착된 상태로 증시(證示)하는 것이 변이 양상이다. 따라서, 분포는 시간적인 전승과 공간적인 전파가 현재 시점에서 교차된 모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리하여 분포는 공간적인 개념에서 나아가 시간적인 개념도 포함한다고 하겠다. 전설의 분포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이 분포도를 통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지역 비교인가, 전파 방향인가), 어떤 자료, 곧 전설을 택할 것인가, 그 자료는 어떻게 수집, 조사할 것이며, 그 신빙성은 어떠한가, 그 자료 중 어떠한 구조 단위를 기준으로 하여 분포도를 그릴 것인가, 범위는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다음에는 크고 작은 지도인 5만분의 1, 또는 50만분의 1, 100만분의 1, 기타 지도를 준비하여 변이를 표시할 기호를 정한 뒤, 전설 소재지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 표시해간다. 몇 번의 축소 작업을 거치면서 분포점을 따라 선을 그어가며 성격을 구명해간다. 물론 자료가 많아야 좋은 분포도를 그리며 그 전설의 성격을 밝힐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 남한 지역 70곳에 널리 퍼져 있는
오뉘힘내기 전설을 분포와 변이에 따라 정리한 결과 전설 발생지에서 거리가 멀수록 그 원형(原型)에서 이탈하여 분포가 줄어든다는 전설 전파와 변이의 법칙, 전설주권설(傳說周圈說)을 유도하였다.

〔세계관과 전망〕

 역사는 정사류(正史類)와 야사류(野史類), 또는 구전하는 전설류로 전승되는데, 민간에서는 국가와 지역의 역사를 전설류에 크게 의존하면서 애국심과 애향심을 배양한다. 이 민간의 역사 수용과 해석은 반드시 정사와 일치하지 않으니, 예를 들면 최영 장군이나 임경업 장군은 성격을 달리해서 존재한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송림면 연평도의 임경업 장군 사당인
충민사(忠愍祠)전설은 정사에 기록되지 않은 연평도 조기를 발견한 어업신과 부락신으로 곧 서낭신 성격이 강조되어 있으며, 나라를 구한 영웅상은 약화되어 있다. 대체로 한국인은 과거 역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전설이 풍부하게 전승되며 수용되어 왔다.
그러므로 전설의 주제와 내용은 바로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대변하고 있는데, 부귀색(富貴色)을 추구하는 행복관, 충
···우애를 강조한 윤리관, 죽음 이후로 이승이 이어지는 생사관, 현실에서 좌절하면서도 여전히 꿈을 따라 사는 비극성과 희망의지, 국가와 마을과 씨족이 존속하는 생명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오늘날 물질문명과 산업사회에서 파괴와 건설의 빠른 교차, 핵가족제도, 이농과 도시집중화 현상, 서구화 등 외래 문명의 모방, 매스컴의 일방적인 정보 및 오락 전달 등으로 전설은 소멸되고 변질되어가고 있으므로 이러한 때 보다 더 정확하고 많은 자료의 채록
·수집이 요구된다 하겠다.
대한제국 말엽에 설화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일제하에서 전설은 민속학의 일부로서 연구자와 향토 애호가들에 의하여 신문
·잡지를 통해 산발적으로 자료가 수집되고 자료집도 나왔으나 깊은 해석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최남선(崔南善)·손진태(孫晋泰)·임석재(任晳宰)·최상수(崔常壽) 등이 업적을 남겼으며 광복 후 6·25를 거쳐 휴전 무렵까지는 국가적 혼란으로 인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으나, 향토역사가와 역사학자, 국문학자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다가 4·19 이후 민족문화에 대해 주목하게 되면서 체계적으로 또는 산발적으로 전설 연구가 일어나게 되었다.
설화 전반의 연구가 구비문학이나 민속학 연구와 함께 활발하게 전개되어 각 대학에서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여러 곳에서 자료집을 간행했으며, 대학에 구비문학론
·민속학개론·설화문학론 등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로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구비문학대계 韓國口碑文學大系(자료집 : 19801988, 별책부록 : 1989·1992)를 간행하여 설화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앞으로 연구논문과 저서
·자료집이 계속 간행되어 기존 자료의 종합적인 분류와 성격 규명, 생생한 현지 경험을 살린 이론 제시, 외국 자료와의 대비 및 이론의 수용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중국·러시아·일본·아메리카대륙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지니고 있는 해외 전설 자료의 수집과 연구, 비교 검토가 요청된다.

참고문헌 韓國民族說話의 硏究(孫晋泰, 乙酉文化社, 1947), 韓國民間傳說集(崔常壽, 通文館, 1957), 韓國說話文學硏究(張德順, 서울대학교출판부, 1970), 口碑文學槪說(張德順·趙東一·徐大錫·曺喜雄, 一潮閣, 1971), 嶺南의 傳說(柳增善, 螢雪出版社, 1971), 人物傳說의 意味와 機能(趙東一, 영남대학교출판부, 1980),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朝鮮後期文獻說話의 硏究(曺喜雄, 螢雪出版社, 1980), 韓國口碑傳說의 硏究(崔來沃, 一潮閣, 1981), 民談學槪論(金烈圭·成耆說·李相日·李符永, 一潮閣, 1982), 韓國口碑傳承의 文學(金光淳, 螢雪出版社, 1983), 韓國口傳說話 전 12권(任晳宰, 평민사, 19871994), 팔선녀(림승환·한광일·서종석 정리, 옛날이야기집,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1987), 朝鮮朝文獻說話 輯要 Ⅰ·Ⅱ·Ⅲ(徐大錫 編著, 集文堂, 1991), 說話와 그 小說化過程에 對한 構造的分析(崔來沃, 國文學硏究 7, 서울대학교대학원, 1968.5.), 口碑傳說(任晳宰, 서울평론 2435, 서울신문사, 1974.4.1974.7.).(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민담(民譚)

 민간에 전승되는 민중들의 이야기.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담이라는 용어는 훨씬 제한된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즉, 민간에 전승되는 민중들의 이야기의 뜻으로는 ‘민담’이라는 용어 대신에 ‘설화’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반면, 민담은 이 설화 갈래를 다시 세분했을 때의 하위 범주로 생각되어 온 것이다.
그러므로 민담이라는 용어는 외연적으로는 매우 넓은 뜻을 가지고 있으나, 내포적으로는 다소 좁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용어이다.
설화의 하위 범주로서 민담을 정의하려면 필연적으로 설화의 다른 하위 범주들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신화나 전설에 비하여 구분될 수 있는 민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화나 전설은 과거의 특정시대에 일어났던 일회적인 사건을 그리는 데 비하여, 민담은 과거 언제 어디서나 몇 번이고 일어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건을 그린다. 따라서 신화나 전설은 진실성이 문제되는 데 반하여 민담은 진실성이 문제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민담은 가장 시적인, 공상에 찬 허구이다.
둘째, 신화나 전설이 현존 증거물에 대하여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과 경험을 설명하려는 객관성을 띠는 데 반하여, 민담은 경험하는 자, 즉 작중인물의 잇따라 일어나는 다양한 운명을 주관적으로 서술한다. 그러므로 화자(話者)에 대하여는 양자가 주관적인 문학이거나 객관적인 문학이라는 차이가 있다.
셋째,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피안관념(彼岸觀念)을 불러 일으키기 위하여 존재하지만, 민담에서는 주인공을 돕거나 해를 가하기 위한 힘이 되고, 주인공을 예정한 목표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화나 전설은 늘 엄숙하지만, 민담은 엄숙함과 해학 사이를 오간다. 즉, 민담은 본질적으로 오락성을 띠므로 엄숙성과 신앙성에서 본다면, 신화나 전설은 사회적 맥락이 큰 데 반하여 민담은 사회적 맥락이 작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화·전설·민담 사이에 이와 같은 확연한 차이가 늘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모티프(motif)로서 본다면 이 셋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내용에 의하여 설화를 신화·전설·민담으로 세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나, 민담이 전설이나 신화의 세계로 혼입되거나, 그와 정반대의 경우도 흔히 있다.


〔구전민담과 문헌민담〕

민담이 입으로 전해지면 구전민담이라 하고, 구전되던 민담이 문자로 기록되면 문헌민담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구전민담이 구비문학에 속하는 것이라면, 문헌민담은 기록문학에 속한다. 구비문학의 여러 다른 장르가 그러한 것처럼 민담의 생명은 구전된다는 데 있다.
문헌민담의 경우 그것은 원래 구전민담의 기록이며, 일단 그것이 기록되어 버리면 생명력은 식는다고 볼 수 있다. 기록된 민담이 다시 민중 속에서 구전될 때에야 비로소 그 문헌설화는 생명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민담의 현장성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문헌민담이 문자를 해득할 수 있는 일부의 유식계급 사이에서만 행해졌던 반면에, 구전민담은 문자의 사용이 시작된 뒤에도, 오랫동안 문자와는 관계가 없었던 대다수의 민중 사이에서 구전된 문학인 것이다.
민담연구를 위한 구전민담의 자료 및 채록은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다. 어느 학문이건 자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없겠지만, 민담자료는 특히 현지조사에서 직접 얻은 원문 그대로의 것, 곧 현장성이 있는 자료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렇다고 하여 문헌자료가 쓸데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구전민담의 경우, 그 이야기가 역사 속에서 확실히 전승되어 왔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반면, 민담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증거가 남아 있는 문헌기록을 통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문헌민담의 경우, 기록자 임의대로 고쳐서 기록하는 것이 심함을 자료 이용에 앞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담의 표현형식〕

 설화의 하위 범주 중에서도 특히 민담의 표현형식은 고정된 방법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민담의 표현형식을 논할 때, 지금까지 가장 많이 언급되어 온 것은 서두와 결말의 형식이다.
가령 민담의 서두는 늘 ‘옛날 어떤 곳에’ 또는 ‘옛날 옛날 오랜 옛날’ 따위로 시작된다. 또한 민담의 결말도 대개 고정된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데, 가령 ‘이게 끝이오.’ 등의 끝났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 잘 살다 죽었지.’ 등의 행복한 결과를 나타내는 말, 혹은 ‘이건 어렸을 때 조부님께 직접 들은 얘기지요.’하면서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는 말, ‘모두 말짱 거짓말이지요.’ 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신빙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 ‘바로 엊그제가 잔칫날(혹은 장삿날)이었는데, 내가 가서 잘 먹고 방금 오는 길일세.’ 하면서 해학적으로 이끄는 말 따위가 그것이다.
민담의 표현형식에 대한 폭넓은 고찰로는 덴마크의 올릭(Olrik,A.)의 논문 〈설화의 서사법칙〉(1909)이 있다. 올릭의 논문을 근거로 하여 민담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시작과 종말의 법칙:민담은 갑자기 시작되어 갑자기 끝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령 민담은 주인공의 약혼 혹은 혼인에서 갑자기 끝나는 일은 거의 없고, 부차적인 인물의 운명을 약간 듣거나 적어도 주인공과 그의 아내가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다.’는 것으로 끝난다.
② 반복의 법칙:화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거듭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똑같은 인물이나 적어도 비슷한 성격의 인물이 거듭 등장하여 똑같은 행위나 어구를 반복하여 강조하기도 한다. 반복의 법칙과 관련하여 민담 진행의 형식 중 누적적 형식, 연쇄적 형식, 회귀적 형식 등이 있음을 지적할 수도 있다.
③ 숫자 3(3중성)의 법칙:위와 같은 반복의 방법은 흔히 숫자 3과 결합되어, 세 번 반복된다. 이때 사건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 민담의 등장인물이나 행위·사건 등이 3과 관련되어 있음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④ 이물과 고물의 법칙:사람이나 사물의 차례 중 순서상으로 우선되는 것은 제일 앞의 것이지만, 서사적 전개에서 최종적으로 우선되는 것은 최후의 것이다. 주인공의 적대자나 원조자들이 3으로 되어 있는 것은 최초는 가장 어리고, 작고, 약한 것이 오고, 최후에는 가장 나이가 많고, 크며, 강한 자가 온다.
반면, 주인공 자신은 3형제 중 가장 젊고, 작고, 약하다. 예컨대, ‘3형제담’에서 아버지에게서 가장 많은 유산을 받는 것은 장남이지만, 최후에 가장 행복하게 되는 것은 막내이다.
그러나 이 법칙은 오로지 서사시적인 것일 뿐 종교 사태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삼위일체의 신의 체계에서는 제1의 신이 역시 가장 유력한 것이 보편적인 것이다.
⑤ 한 장면에 둘의 법칙:한 장면에는 두 인물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동시에 행동하고 있는 것은 두 사람 뿐이다. 여기서 인물이라 함은 독자적 성격과 행위가 독자적인 기능을 가진 모든 존재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민담에서 영웅이 괴물과 싸울 때, 괴물에게 납치되었던 인물은 침묵을 지키는 인물로 되었다가 괴물이 죽은 뒤에야 다시 행위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⑥ 대조의 법칙:장면 통일의 법칙에 속하는 것으로 민담의 인물은 늘 노인과 젊은이, 대(大)와 소(小), 부자와 빈자, 거인과 인간, 선과 악, 현명함과 어리석음 따위가 대립되어 나타난다. 이 법칙은 교훈적 이원성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⑦ 쌍둥이 법칙:두 사람이 똑같은 역할을 할 경우, 그 두 사람은 작고 약한 존재이다(일원적). 이 때 두 사람은 쌍둥이인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힘을 얻게 되면 두 사람은 적대하는 관계가 된다.
⑧ 단선화(單線化):줄거리는 늘 단순하며 직선적이다. 둘 혹은 그 이상의 줄거리가 복합되어 나타나면 이는 높은 차원의 문학작품이라는 증거이다.
⑨ 형식화:똑같은 종류의 상황은 될 수 있는 한 거의 똑같이 묘사되고, 변화를 생기게 하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슷한 언어를 반복사용하는 것도 이런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민담을 처음만 듣고도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이 민담의 형식성 때문이다.
⑩ 플롯의 일관성:가령, ‘천냥짜리 예언담’에서 주인공이 세 가지 예언을 받았다면 이야기의 줄거리는 끝까지 예언의 실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죽을 운명의 주인공에 대하여는 끝까지 그가 어떻게 그 운명을 벗어나는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설화, 신화, 전설

≪참고문헌≫ 韓國說話文學硏究(張德順, 서울大學校 出版部, 1970), 口碑文學槪說(韓國口碑文學會, 一潮閣, 1971), 우리民俗文學의 理解(金烈圭 外, 開文社, 1979).(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심화 자료

이완근 설화의 종류

 설화는 오랜 기간동안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왔기 때문에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여기서는 이러한 설화들 가운데 앞에서 다룬 신화를 제외하고 전설(傳說)과 민담(民譚)을 중심으로 그 종류를 알아본다.

(1) 전설 : 전설은 신격(神格)을 행위의 주인공으로 하지 않고 인간을 사건과 행위의 주체로 한다는 점에서 신화와 구분된다. 하지만 전설에 있어서도 인간의 생활은 많은 경우 신적 존재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파악된다. 특히 영웅 전설에서는 주인공 자신이 거의 반신격화(半神格化)되는 수가 많다. 또 전설은 역사와 같이 객관적 진실성을 가지는 이야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주관적으로 진실한 것과 믿을 수 있는 사상(事象)을 내용으로 하는 점이 신화와 공통된다. 신화와 다른 점은 전설이 그 내용과 관련된 개별적 증거물을 동반하여 구체성을 갖는다는 점과 시.공간적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전설의 종류는 전승의 장소, 발생동기, 설화 대상 등에 따라 나눌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발생 동기에 따라 나눈다.

1. 설명적 전설 : 자연 사물이나 풍습 등을 설명하기 위해 꾸며진 설화. 사물의 기원이나 성질을 일정한 연관 사실을 끌어 들여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역사적 전설 :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하여 발생한 이야기가 전승자의 기억이 변질되거나 전설의 시·공간이 확장됨에 따라 원래의 사실에 상상적이고 공상적인 내용이 첨가되어 윤색, 변형이 이루어진 설화이다.

3. 신앙적 전설 : 전설이란 말은 성도(聖徒)나 순교자의 생애에 대한 전설을 뜻하기도 한다. 공적인 종교 이외에도 민간 신앙에서 유래된 설화도 이 부류에 든다. 우리 나라의 정감록에 근거하는 정 도령 전설이나 미륵 신앙과 관련된 각종의 설화가 여기에 속한다.

(2) 민담 : 민담은 신화의 신성성과 위엄성, 전설의 신빙성과 역사성 등이 거세되고 흥미 본위로 꾸며진 이야기이다. 따라서, 민담은 전설이 지녔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증거물을 갖지 않는다는 특색이 있으며 그처럼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지역적인 제한성을 벗어나 제재나 내용에서 범세계적 보편성을 띤다. 일반적으로 민담에는 일상적 인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성취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평범한 인물의 소원 성취를 이루는 이러한 공상적 성격 때문에 민담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표현하는 특성을 지니고 그에 따라서 이야기의 구조가 세계적 보편성을 띠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승의 주체가 일반 서민인 경우가 많은 것이나 인간의 정신적인 영역의 보편성을 증명해 주는 자료로서 민담이 흔히 거론되는 것도 민담의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민담은 대체로 동물 설화, 본격 설화, 소화로 구분하지만 본격 설화와 파생 설화로 구분 하기도 한다.

1. 동물 설화 : 동물담이나 자연 설화라고도 하는 것으로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나 동물이 행위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포괄한다. 동물의 유래를 이야기한 것이나 동물을 통해 우화(寓話)를 펼친 것이 모두 여기에 속하며, 우리나라의 '구토 설화'나 '장끼전', '서대주전'등이 그 구체적인 사례이다.

2. 본격 설화 : 주인공의 출생에서부터 행복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설화를 말한다. 부분만이 이야기될 때는 파생 설화라고 한다. 본격 설화는 현실담과 공상담으로 나눌 수 있는데 경험적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를 다룬 설화가 현실담이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가 공상담이다.

3. 소화 : 웃음을 야기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 한국민담은 골계적 성격이 강한 과장된 이야기나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는 치우담, 사람을 골려 먹는 사기담이 주류를 이룬다. '봉이 김선달'등은 학국적 소화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해학적 성격이 강하다. 소화는 그 종류를 다시 나누어 과장담(誇張談), 모방담(模倣談), 치우담, 사기담, 경쟁담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완근민담(民譚)

 신화·전설·동화 등을 총괄하여 이르는 말. 구술(口述:口碑, 口傳)문학 또는 민속문학이라고 불리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서 산문 서사문학(散文敍事文學)의 테두리에 드는 것을 통틀어 ‘민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학계에서 더러는 설화(說話)라는 말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한국 민속의 현장에서 원래 민담이라는 말이 쓰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이야기’ 또는 ‘옛이야기’ ‘전해오는 이야기’ 등으로 불리어 왔으나, 지방에 따라서는 ‘이바구’라 하기도 하였다. 이 옛이야기에는 동화는 물론, 지역전설 이외에 야사(야담)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밖에 일화(逸話)나 우화(寓話), 우스갯소리, 그리고 성인들 사이의 성(性)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민담은 민속문학이다. 그것은 민담이 민중 사이에서 창작되고 민중 사이에서 전해진 서사문학임을 뜻하면서 동시에 민중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진 서사문학임을 뜻하고 있다. 이같이 지은이와 듣는이(즐기는 이), 양쪽에 걸친 민중성(民衆性)과 구전성은 민담이 지닌 양대 특성이다. 이 가운데 지은이의 민중성은 무명성(無名性)과 관련되어 있다. 민담은 언제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게 그저 옛날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진 옛이야기이고, 동시에 들은 그대로를 남들에게 전해 주는 옛이야기이다. 지역성과 시대성, 그리고 전하는 사람의 개성이나 생활사 등에 의해서 변화를 일으키면서 민담은 전해져 가되, 그 변화의 밑에 변화하지 않는 불변의 보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하지 않은 보편성을 흔히 규범형식(規範形式)이라고 부른다. 민담을 신화·전설·동화로 가르는 것은 민속학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적인 3분법이다.

이완근신화(神話)

 신화를 민담의 테두리에 넣기를 꺼리는 것은 그것이 한국의 고대신화가 그렇듯이 고대신화가 왕권과 강하게 맺어지고 있는 데다가 사제(司祭)라는 특수 전문 기능을 가진 집단에 의해 지켜지고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중성이 적다는 뜻이 된다. 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신화는 강한 종교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 신화는 제의(祭儀) 및 교리(敎理)와 더불어 종교를 밑받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이른바 무속(巫俗) 신화는 그 좋은 본보기이다. 신화가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제의요 굿이라면 신화가 이론화되면서 교리의 뼈대가 잡히게 된다. 《가락국기(駕洛國記)》의 신화가 오늘날의 별신굿으로 재현되는 것은 신화와 굿의 관계에 대해 증언해 주고 있다.

 신화는 종교성을 지닌 만큼 그 거룩함(신성스러움)과 경건함으로 말미암아 동화나 전설이 지니지 못할 진지함이나 엄숙함을 갖추게 된다. 인간들이 살고 있는 세계와 인간들 자신의 기원에 관한 신화를 특히 ‘신화의 으뜸’ 또는 ‘으뜸가는 신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주도의 무속신화는 이 테두리에 든다. 한국의 신화는 ‘왕권신화’와 무당들의 ‘무속신화’로 크게 나누어진다. 전자에는 단군(檀君) 및 동명왕(東明王), 그리고 혁거세(赫居世) 신화가 있고, 후자에는 ‘바리데기’며 ‘제석풀이’ 그리고 제주도의 여러 본풀이[本生譚]가 포함된다. 건국신화라고도 일컬어지는 왕권신화는 한 왕조의 내력과 그 시조(始祖)의 이력에 관한 신화이어서, 왕조를 거룩하고 위대한 것으로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왕권신화는 고대의 무속원리를 반영하고 있어 왕권신화가 무속신화와 아주 별개의 것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본풀이’는 ‘본향풀이’라고도 한다. 한 무신(巫神)의 내력이며 신당(神堂)의 근원에 관한 신화가 곧 본풀이이다. 부분적으로는 하늘과 땅의 내력이며 인간 죽음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도 이 본풀이에는 포함되어 있다. 무신의 본풀이라는 점에서는 본토(本土) 무당들이 전하고 있는 ‘바리데기’나 ‘제석풀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무속신화들은 오늘날에도 무당들이 굿을 올릴 때 부르고 있으며, 노래하는 신화이기 때문에 흔히 서사무가(敍事巫歌)라고도 한다. 한국 신화에는 그 밖에 마을신화와 씨족(氏族)신화가 포함되어 있다. 마을신화는 마을 굿터나 수호신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이고, 씨족신화는 가령 신라 육촌장(六村長) 이야기가 그렇듯이, 한 씨족의 시조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씨족신화는 전설다운 성질을 진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전설(傳說)

 신화와는 달리 강한 지역성과 역사성(시대성)을 가지고 있다. 신화가 까마득한 태초, 역사 이전의 이야기라면 전설은 어느 특정시대, 특정 지역의 특정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화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종교적 믿음을 심어 준다면 전설은 역사적 믿음을 심어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설은 한 지역의 역사학이자 지리학 내지 지정학(地政學)이라는 성격을 갖게 된다. 요컨대, 한 지역 안의 역사지리지(歷史地理誌)를 이야기로 푼 것이 전설이다. 그것은 단순한 지리적 환경, 자연적 공간인 지역에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부여함으로써 문화적 공간 내지 생활공간으로 개편한다.

 여기서 전설이 단순한 ‘설명 민담’ 이상의 뜻과 구실을 갖게 된다. 한 사물이 왜 그 지역 안에 그와 같이 있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면서 아울러, 사람들을 지연성(地緣性)으로 묶게 되면서 지역 공동체에 문화적·역사적 통합성을 부여하게 된다. 지역에 관한 역사지(歷史誌)가 전설이라면 인물에 관한 역사가 이른바 야담(野談) 내지 야사(野史)이다. 이들은 이른바 민속 역사담으로 묶어서 분류할 수 있다. 지역에 관한 민속 역사담이 인물에 관한 부분을 지닐 수 있듯이 야담이나 야사가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지닐 수 있음은 말할 나위 없다. 야담의 인물은 강한 전형성(典型性)을 지니고 있다. 한 시대가 고루 소망하는 이상적인 인물과 그와 반대로 한 시대가 고루 배척하는 인물이 야담에는 등장한다. 이 점에서 야담은 그 흥미로움 못지 않게 진한 교훈성(敎訓性)을 지닌다. 전통 한국사회에서 어른들이 가장 즐기며 주고받은 민담은 바로 이 야담인 만큼 한국 민담의 특성이 이 야담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전통 한국사회의 세계관·인생관·가치관 등의 ‘민속백과사전’의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야담류이다.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이완근동화(童話)

 역사성과 지역성을 벗어나 있다. 그것은 막연한 과거에 특정지을 수 없는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동화는 유럽 민속학에서 쓰이고 있는 '메르헨' 또는 ‘fairy tale’의 번역이지만 이 번역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좋지 않다. 물론 ‘메르헨’에서는 주인공이 대부분 소년·소녀이고 또 주된 청중(聽衆)도 소년·소녀인 것이 사실이나, 꼭 소년·소녀만을 위한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화’라는 말은 너무 편벽된 번역인 것도 사실이다. 집안에서 가족끼리 모여 앉아 가족 가운데 누구 한 사람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을 상대로 주고 받은 ‘집안 속의 이야기’, ‘화롯가의 이야기’가 곧 ‘메르헨’의 본뜻이기 때문이다. 종교가 신화를 낳고 역사가 전설을 낳았다면, 환상과 상상력이 동화를 낳은 것이다. 그것도 심미성(審美性)이나 흥미가 높은 환상의 소산이 곧 동화이다.

 그런 뜻에서 동화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동심(童心)까지도 자극한다. 불특정 시대, 불특정 장소에 처한 불특정 인물이 어디 있는지도, 어떻게 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어떤 목적물을 찾아 나섰다가 온갖 모험 끝에 주술적(呪術的)인 도움을 얻어 그 목적물을 손에 넣고 행복한 대단원(大團圓)을 맺게 되는 동화는 대체로 ‘찾기 이야기’라는 성격을 띤다. 또 찾는 대상물을 손에 넣는 그 끝마무리로 하여 성취담(成就譚) 또는 성공담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다. 이것은 전설이 적잖게 비극적 종말을 지니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런 성취가 거의 예외 없이 결혼과 맺어지는 것이 유럽 동화의 큰 특색이기는 하나, 한국의 동화에서는 성취가 꼭 결혼과 맺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화는 신화나 전설에 비하여 그 ‘양식의 안정’이 보다 더 크게 계층성(階層性)에 기대어 이루어져 있다는 특색을 지적할 수 있다. 동화는 강한 양식성을 가지고 있는 한편, 또한 커다란 이동력(移動力)을 지니고 있어서 범세계적으로 전파된 작품이 적지 않다. 가령 한국의 《콩쥐 팥쥐》 《선녀와 나무꾼》 《금돼지 이야기》 등은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동화의 본보기들이다.(자료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유형(type). 모티프(motif). 화소(話素)

 설화의 구조를 분석하는 용어중에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 유형과 모티프이다. 이러한 용어는 원래 민담을 분류하기 위해 민담학자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유형은 톰슨(Thompson, S.)에 의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전승적인 이야기라고 규정된다. 유형은 독립성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구분하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아네(Arne, A.)에 의해 최초로 쓰여졌다. 예를 들면 민담의 유형을 '흥부전형 설화', '영웅의 사신 퇴치형 설화', '야래자형 설화', '금강산 나무꾼형 설화' 등으로 나누는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모티프란 개념은 러시아 형식주의의 선구자이며 문학사가인 알렉산드로 베쎌로프스키(Vesselovskii, A.)가 창안해 낸 개념이다. 그는 이야기에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서술 단위(an indivisible narrative unit)란 뜻으로 모티프를 사용하였다. 즉, 그는 민속 문학의 시학에서 빌려 온 모티프라는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직관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

" 모티프란 말은 나에게 있어서 원시적인 정신 상태나 혹은 풍습의 준수에서 일어나는 여러 의문들에 비유적인 표현으로 대답하는 가장 간단한 서술 단위를 뜻한다."라는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용이 왕의 딸을 탈취한다."는 것을 모티프에 해당하는 것이다.

 화소는 최래옥(崔來沃)이 전설의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그는 이 용어를 언어학의 용어를 참고하여 최하위 설화 요소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흔히 모티프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화소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용어는 모티프의 번역이 아닌 모티프보다 작은 구조 단위라는 것이다.  <최철 외, '국문학 개론'에서>

'Blog·Cafe >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화(說話) 문학   (0) 2011.01.10
설화(說話)   (0) 2011.01.10
민담(民譚)   (0) 2011.01.10
전설(傳說)  (0) 2011.01.10
신화 (한국 신화를 중심으로)   (0) 201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