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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 원왕생가(願往生歌)

지식창고지기 2009. 7. 4. 22:17

 

원왕생가(願往生歌)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노래

 


광덕의 처

달하 이뎨
西方까장 가샤리고
無量壽佛 前에
닏곰다가 삷고샤셔
다딤 기프샨 尊어해 울워리
두 손 모도호살바
願往生 願往生
그릴사람 잇다 삷고샤셔
아으 이몸 기텨 두고
四十八大願 일고샬까

달이 어째서
서방까지 가시겠습니까
무량수불 전에
보고의 말씀 빠짐없이 사뢰소서
서원 깊으신 부처님을 우러러 바라보며
두 손 곧추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리는 이 있다 사뢰소서
아아, 이 몸 남겨두고
48 큰 소원 이루실까

                  * 옛글자가 지원되지 않아, 아래아는 ㅏ 로, 반치음은 ㅈ 로 표기함 *

 

 

● <원왕생가> 배경 설화
  문무왕 전후 때 생성된 사뇌가 형식의 향가로 10구체 노래의 유래에 관한 배경 설화와 함께 향찰로 표기된 원문이 <삼국유사 광덕엄장조>에 수록되어 있다.

신라 문무왕 때 광덕과 엄장이란 두 스님이 있었다. 이 스님들은 네것 내것을 가리지 않을 만큼 몹시 절친한 사이여서 공부하면서도 서로 알려주고 도우면서 성불을 향해 정진했다.
"자네가 먼저 극락에 가게 되면 반드시 알리고 가야 하네."
"물론이지 이 사람아. 자네도 마찬가질세."
두 스님은 밤낮으로 만나기만 하면 이렇게 약속하면서 사이좋게 공부를 겨뤘다. 분황사 서리에 숨어 신 삼는 것을 업으로 살고 있던 광덕 스님은 부인을 거느렸는데 그의 처는 분황사 노비였다. 엄장 스님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숲의 나무를 벤 후 밭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어느 날 저녁. 엄장 스님은 저녁공양과 예불을 마친 뒤 집 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석양에 물든 하늘빛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초여름 저녁 미풍에 날리는 송화가루는 싱그러움을 더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줄기 밝은 빛이 땅까지 비추더니 광덕 스님의 음성이 들렸다.백담사 목조아미타불좌상(보물 1182호)
"나는 서쪽으로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오라."
엄장 스님은 얼른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 속에선 신비스런 하늘의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이튿날 엄장 스님이 광덕 스님이 살고 있는 서리로 가보니 과연 광덕 스님은 열반에 들어 있었다.
"언제 가셨습니까?"
"어제 저녁 석양 무렵에 가셨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광덕 스님의 우정 어린 마지막 인사를 들은 엄장은 그 부인과 함께 유해를 거두어 다비식을 치뤘다. 장례식이 끝난 후 엄장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님,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셔야지요."
"네. 그런데 부인 혼자 두고 가려니 왠지 마음이 안되어서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혼자 지내실 수 있겠습니까?"
"염려마옵시고 어서 돌아가십시오. 혼자인들 어떻고 반쪽이면 어떻습니까?"
엄장은 일어설 생각을 않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부인, 부인께서도 알다시피 광덕과 저는 서로 가릴 것 없는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습니까. 이제 그가 먼저 서쪽으로 갔으니 그와 살았듯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광덕 스님 섬기듯 성심껏 시봉하겠습니다."
광덕의 처가 거리낌없이 선뜻 답하자 엄장 스님은 약간 의외이긴 했으나 쉽게 뜻을 이루어 기분이 좋았다.
그날 밤, 밤이 깊어 두 사람은 각각 잠자리에 들었다. 엄장이 그 부인 곁으로 다가가 잠자리를 함께 하려 하자 부인은 놀라는 기색으로 말했다.
"스님이 서방극락을 구함은 마치 나무에 올라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엄장은 의아했다. 초저녁, 선뜻 함께 살기를 응낙하던 부인의 모습이 마치 고승의 준엄한 자태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엄장은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일었으나 마음을 굳게 다잡고 다시 물었다.
"광덕도 이미 수년간 그렇게 살았는데 나라고 안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이오?"
"남편은 10여 년이나 저와 동거했으나 하루 저녁도 동침하지 않았습니다. 밤마다 단정히 앉아 한결같이 아미타불 명호를 부르거나 16관(아미타경에 설해진 대로 태양과 물 등 16가지 일을 명상하는 관법)을 하며 정진했습니다. 또 밝은 달빛이 창에 비쳐들 때면 그 빛을 타고 가부좌를 틀었으니 어찌 미혹을 깨고 서방극락에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엄장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일 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부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대개 천 리를 가는 사람은 그 첫걸음으로써 알 수 있는데, 지금 스님의 생각이 동쪽에 있으니 서방은 미처 알 수가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엄장은 부끄러워 더이상 듣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부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아니, 스님 왜 이러십니까?"
"몰라뵈옵고 무례했던 점 널리 용서하옵소서."
엄장은 부인에게 크게 사죄한 후 날이 새자마자 분황사로 달려가 원효 스님에게 간밤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고한 후 가르침을 청했다.
원효 스님은 쟁관법(징을 치면서 산란한 생각을 없애며 선정에 들게 하는 특수 관법으로 추측되고 있다)을 일러줬다. 엄장은 그 길로 남악 암자로 돌아왔다. 그 동안 자신의 공부가 헛되었음을 절감하면서 그는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공부에 임했다. 엄장 스님은 오직 한마음으로 관(觀)을 닦았다.
몇 년이 지난 어느 초여름 해질 무렵, 엄장 역시 광덕 스님처럼 극락왕생했다.
광덕 스님의 부인은 비록 분황사 노비였지만 사실은 관음의 19응신중의 하나였다.

분황사에는 광덕과 엄장 스님을 깨우친 관음응신 이야기 외에 희명의 아이가 눈을 뜨게 한 천수관음의 영험담도 오래도록 전래되고 있다. 경덕왕 때 한기리에 사는 희명의 아이가 난 지 5년만에 눈이 멀었다. 희명과 그 아이는 분황사 좌전 북쪽에 있었다는 천수관음 앞에서 향가를 부르며 지극정성으로 빌었다.

 

무릎을 곧추며
두 손바닥 모아
천수관음 앞에
비옴을 두나이다
천 손에 천 눈을
하나를 놓아 하나를 더옵길
둘다 없는 내라
하나 만으로 그으기 고칠 것이다
아아! 나에게 끼쳐 주시면
눈을 놓아 주시되 쓸 자비여

희명의 아이가 눈을 뜨자 그 후 분황사 인근 백성들을 이곳을 찾아 행복을 빌었다.

 

 

● <원왕생가>  이해하기
  이 노래는 <도천수관음가>와 더불어 신라 시대 기원가, 곧 기도하는 노래로서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기원가의 어법은 예배 대상에 대한 청원이나 탄원 및 기구(祈求), 고백의 어법이 중심이 되는데 이 작품도 바로 이러한 어법구조로 짜여 있다.
  이 작품에서 예배 대상은 무량수불로 되어 있고,
아미타신앙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무량수불은 곧 아미타불을 의미한다. 또 중요한 소재로 선택된 '달'은 기도자(서정적 자아)가 위치한 현세와 극락정토인 서방을 잇는 중개자로서 나타나 있다.
  노래의 첫 부분을 '달'이라는 대상의 초월적 힘에 기대어 시작하면서, 제 3, 4구에서 기도자는 자신의 청원을 달에게 부친다. 무량수불전에 자신의 뜻을 아뢰달라는 부탁이다. 그 소임이 무엇인지는 잠시 유보함으로써 긴장을 유발한다. 이어서 제 5∼8구에 자신의 청원이 서방정토로 왕생하는 데 있음을 합장의 자세로 경건하게 아뢴다. 특히 제 5구는 아미타불에 대한 경배가 표면화되고 있지만 '서원 깊으신'이라는 관형구로 제시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는 단순한 외경이 아니라 아미타불이 법장보살로 되었을 때 세자재왕불에게 맹세한 중생 제도의 서원을 상기하도록 하여 기도자 자신을 왕생하게 하는 일에 아미타불을 묶어 놓자는 강한 의지까지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노래의 핵심, 곧 주제는 제 7구(원왕생 -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에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 비록 함축적인 어휘로 표현되었지만 현실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당장이라도 현세를 초월하겠다는 절대절명의 청원으로 간주된다.
맨 끝의 2구는 일종의 독백형식이면서 제 5구에서부터 계속되어 온 기원의 연장이자 그 심화 확대라는 견해와, 의문형으로 끝내 설의법의 가면을 썼으나 내면적으로는 강한 명령법과 접맥되는 위협적인 요소가 숨어 있으므로 주술적인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이 작품은 신라 불교가 귀족 불교의 한계를 넘어서 일반 서민에까지 아미타신앙으로 확산되는 대중 불교로의 전환을 배경으로 현세의 고난을 초극하여 내세의 극락으로 왕생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기도의 형식으로 담은 기원적 서정적 향가이다.

 

 

● <원왕생가> 정리
* 작자 : 광덕(광덕의 처)
* 연대 : 신라 문무왕 때
* 갈래 : 10구체 향가
* 성격 : 기원가, 불교 신앙의 노래
* 표현 : 비유법, 상징법, 설의법
* 의의 : 아미타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서방정토에의 왕생을 염원한 서정가요
* 주제 :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 출전 :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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