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fe/사오정국어

향가 - 찬기파랑가 (讚耆婆郞歌)

지식창고지기 2009. 7. 4. 22:59

 

찬기파랑가 (讚耆婆郞歌)

기파랑이란 화랑을 찬양하는 노래


충담사

열치매
나토얀 달이     
흰구룸 조초 떠가난 안디하
새파란 나리여헤
기랑(耆郞)의 즈지 이슈라  
일로 나릿 재벽해  
낭(郎)에 디니다샤온
마자매 갓할 좇우아져
아으 잣가지 노파
서리 몯누올 화반(花判)이여

(구름을)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구름 쫓아 떠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가에
기랑의 모습이 있어라
이로(부터) 냇가 조약돌에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싶어라
아으, 잣가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반(화랑장)이여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 구름을 따라 떠 간 언저리에
모래 가른 물 가에
기랑의 모습이올시(모습과 같은) 수풀이여.
일오(땅이름)내 자갈 벌에서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갓(끝)을 좇고 있노라.
아아, 잣나무 가지 높아
눈이라도 덮지 못할 고깔이여.
(김완진 해독)

                          * 옛글자가 지원되지 않아, 아래아는 ㅏ 로, 반치음은 ㅈ 으로 표기함 *

기파랑

=

고매한 자태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 추모

나리

=

맑고 깨끗한 모습

조약

=

원만하고 강직한 성품

잣가지

=

고고한 절개

 

 

● <찬기파랑가> 배경 설화
  이 노래에 대하여는 안민가의 배경 설화 속에 간단한 언급이 있을 뿐 별다른 기록이 없다.
  곧, 경덕왕이
"그대가 지은 기파랑을 찬양한 사뇌가가 그 뜻이 매우 높다는데, 과연 그런가?"
하고 물었을 때 충담은 주저함이 없이
"그러합니다."
하고 대답했다는 것밖에는 아무런 설명도 붙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위대한 인격자요, 공명정대한 화랑의 지도자인 기파랑을 사모하면서, 그의 덕을 우러르고 그의 영생 불멸하는 정신 세계를 찬양하기 위하여 지은 순수한 문학 작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충담사는 왜 이 노래를 지었을까?

충담사는 경덕왕 시대의 승려이다. 경덕왕 시대는 통일신라 시대의 흥성기가 끝나가는 시기로 화랑이 국가적 의식에서 배제되고 새로운 지배층이 권력을 잡으면서 불교에서도 귀족 불교의 화엄사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서 충담사는 미륵 사상을 지켰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담사는 이미 죽고 없거나 비참하게 된 기파랑을 찬양하는 개인적인 노래를 지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경덕왕 이후에는 귀족들 내부에서 왕권 다툼이 일어나, 경덕왕의 아들 혜공왕이 피살되는 등 통일 신라는 쇠퇴 일로를 걷게 된다.

 

 

● <찬기파랑가> 이해하기

  흰구름으로 가렸던 하늘이 열리매 파란 하늘에 나타나는 달은 오히려 흰구름을 따르고 있는 것 같다. 하늘로 향했던 시선이 아래로 향하니 새파란 나리에 기랑의 모습이 있다. 하늘의 달은 나리에 있는 기랑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과 새파란 나리에 언제나 살아 있는 기파랑을 이 시의 화자(話者)는 그 마음의 한 끝이라도 닮아가고자 한다. 그러면서 서리도 내리지 못할 잣가지와 화반(花判)으로 비유하여 기파랑을 찬미하고 있다.
이 노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이미지는 기파랑의 지고한 인격과 찬 서리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오상고절(傲霜孤節- 서리에도 굴하지 않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의 드높은 정신이다. 그러한 기파랑의 인품에 대한 찬양을, 작가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달과의 문답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기파랑이 지닌 '마음의 가장자리'만이라도 따르고 싶어한다. 기파랑이 지닌 마음의 가장자리, 즉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라야 할 이상의 세계이다.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 구절에서 기파랑을 더할 수 없는 고매한 인격자로서, 서리조차 모르는 높은 잣나무로 형상화한 것이다.
2행의 '달' : 화자가 바라보는 광명과 염원을 상징하는 달이며, 그를 통해 기파랑의 고매한 자태를 그려볼 수 있는 그리움이 어려 있는 달
4행의 '냇물' : 기파랑의 맑고 깨끗한 인품
6행의 '조약돌' : 원만한 인품을 비유
9행의 '잣나무' :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을 상징하며
         '가지' : 기파랑의 강직한 성품, 굳은 지조를
10행의 '서리' : 잣나무에 닥치는 시련이나 역경을 상징하는 것으로 역경에 굴하지 않는 기파랑의 높은 이상과 굳은 절개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소재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의 죽음으로써 그 죽음을 초탈하여 영원한 삶을 획득한 것이 기파랑이다. 이것은 단지 세속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현실 세계의 부정으로, 충담은 당대의 사회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혼란된 어떤 사회현상만의 부정이 아니고, 종교적인 의미에서고 세속적인 자아를 초탈할 때 진정한 자아를 획득하는 것과 같다. 구원(久遠)의 달과 심중(深重)한 삶의 물에 자리한 기파랑의 모습. 그리고 화반으로 불린 기파랑은 결국 하나로 묶어질 수 있는 이미지로 흰구름과 조약돌, 서리로 묶어질 수 있는 세속과는 대극(對極)에 자리하고 있는 영원한 삶을 표상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기파랑인 것이다. 
 

 

● <찬기파랑가> 정리
* 출전 : 삼국유사
* 연대 : 신라 35대 경덕왕 24년(765)
* 작자 : 충담사
* 형식 : 10구체
* 성격 : 예찬적, 추모적
* 주제 :
기파랑의 고매한 인격을 찬양
* 의의 : 1) <제망매가>와 함께 향가 중에서 백미
             2) 자연물인 달과의 문답 형식
* 시상 전개
   1 ~ 5구 : 기랑의 모습
   6 ~ 8구 : 기랑의 원만한 인품
   9 ~ 10구 : 기랑의 고결한 절개 예찬

'Blog·Cafe > 사오정국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가 - 풍요(風謠)  (0) 2009.07.04
향가 - 처용가(處容歌)   (0) 2009.07.04
향가 - 제망매가(祭亡妹歌)  (0) 2009.07.04
향가 - 원왕생가(願往生歌)  (0) 2009.07.04
향가 - 원가(怨歌)   (0)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