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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지구촌현장] 진보파들도 “교황, 예상보다 대중적이네”

지식창고지기 2009. 7. 8. 16:26

[2005지구촌현장] 진보파들도 “교황, 예상보다 대중적이네”

 

5. 바티칸

 

4월19일 전세계의 관심이 모인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올랐다. 독일 출신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78)로 선출되는 순간이었다.

1960년대부터 종교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라칭거 추기경은 25년 간 교황청 신앙교리청장으로서 엄격하게 교리를 수호하면서 ‘신의 사냥개’란 별명을 얻었다. 유럽과 비유럽, 진보와 보수의 대립 속에서 그가 교황으로 뽑히자 진보파들 사이에선 실망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즉위 첫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베네딕토 16세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고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교황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한 신자가 장난으로 소방관 모자를 씌우자 당황해 이를 벗기려는 신부들을 말리며 교황은 어린애처럼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진보·개방 분위기로 늘 가톨릭의 정통에 도전해온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교구의 윌리엄 레바다 대주교를 새 신앙교리청장으로 임명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11월에는 스위스 출신의 진보적 신학자로 교황청 비판에 앞장서 온 한스 큉 전 독일 튀빙겐대 교수를 만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타임스>는 베네딕토 16세가 인간적 수수함으로 신도들에게 다가서고 있으며, ‘교황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명석하며 따뜻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빨간 프라다 구두를 신고 야구 모자를 쓰는 등 패션에 신경쓰는 멋쟁이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보수적 이미지와는 딴판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지금까지 교황은 “신앙은 2000년 묵은 상한 음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점점 세속화되는 유럽, 현대인의 마음 속에서 신앙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다. 취임 전의 완고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8월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신앙을 규칙과 금지, 교리 덩어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믿음의 요체는 자질구레한 것을 넘어 인생의 목적과 어떻게 살아야 하며 미래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8개월을 맞은 교황이 아직 ‘교회의 미래’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취임 직후 조국 폴란드의 연대노조 운동을 지지하며 공산주의 반대를 분명히 했던 요한 바오로 2세나 최근 가톨릭 교회의 틀을 가장 크게 바꾸어 놓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추진했던 요한 23세 등 전임자들과는 달리 교황은 아직 전체 성직자들에게 보내는 첫 회칙도 발표하지 않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지금까지 교황청 내의 주요 인물들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바티칸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교황이 요한 바오로 2세의 노선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면서, 느리고 조용한 개혁을 할 것이며 재위 동안 깜짝 놀랄 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4월 콘클라베에서 전세계 추기경들은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남미나 아프리카의 추기경을 선택하는 모험 대신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함으로써 ‘온건한 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16세가 8월 독일 쾰른의 유대교회당을 방문하고 이슬람 지도자들과 만난 것도 요한 바오로 2세의 ‘종교간 대화’ 기치를 계승한 것이며, 11월29일 동성애자의 성직 규제를 명시한 문서를 공식발표한 것도 동성애에 대한 바티칸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침에 대해 동성애자 성직자들과 개혁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