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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봄꽃 향기 온 숲을 가득 채운다"

지식창고지기 2009. 7.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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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향기 온 숲을 가득 채운다"
진안 마이산
 

 벌써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만개했다는 소식이다. 어디 이즈음 피는 꽃이 이들 뿐이겠는가. 가꾸지 않아도 우리 산에 저절로 자라는 생강나무는 진달래보다 앞서 노랑꽃망울을 터뜨리며 수채화를 그리듯 숲에 맨 먼저 봄물을 들인다. 생강나무가 지닌 독특한 냄새는 꽃망울에도 묻어나 꽃이 내뿜는 알싸한 향은 온 숲을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다. 모양이 독특한 노란 꽃을 가지 끝으로 주렁주렁 매단 히어리도 부지런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꽃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좁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히어리는 이름이 특이하여 외국에서 들여 온 식물 같지만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이처럼 봄을 알리는 꽃은 잎보다 먼저 피는지라 발견이 쉽고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가까이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사계절 불리는 이름 다른 ‘마이산’


 야생초산행은 내륙 깊숙이 자리하여 이제 막 봄 채비로 분주한 진안 마이산으로 향했다. 마이산은 철따라 부르는 이름이 금강산처럼 다르다. 봄에 안개 위로 솟은 봉우리가 쌍돛대를 닮아 돛대봉, 여름에 녹음이 짙어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용각봉, 가을 단풍으로 물든 모습이 말의 귀를 닮았다고 마이봉, 겨울이면 눈이 내려도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인다고 문필봉이다.


 마이산(馬耳山)에는 쫑긋 세운 말의 귀를 닮은 두개의 큰 봉우리가 있다. 둘 중 동쪽에 자리한 봉우리를 숫마이봉(667m), 서쪽에 자리한 봉우리를 암마이봉(673m)이라 부른다. 두 봉우리 중 마이산의 주봉인 암마이봉은 경사가 다소 완만한 북사면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었으나 생태복원을 위하여 통제하고 있어 등산을 할 수 없다.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마이산에 가까이 다가서면 마치 모래와 자갈을 섞은 시멘트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산처럼 보인다. 이는 바위와 자갈이 쌓여 물의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수성암으로 형성된 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의 방향에 따라 기후가 달라 남쪽사면은 건조하여 식물이 자라지 못해 암반이 그대로 드러난 반면 북사면은 습기가 많아 나무가 자라고 식생이 다양하다.


 동쪽의 수마이봉 남쪽 기슭에는 은수사라는 절이 있고, 그 아래 마이탑사가 있는데 100여년 전 이갑용이라는 분이 불규칙한 자연석을 쌓아 다양한 모양을 한 80여기의 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아 불가사의로 여겨지는 탑들을 보기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야생초산행은 남부주차장을 출발하여 나옹암~비룡대(나봉암)~북부주차장~천황문고개~은수사~탑사~남부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 회기산행을 했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왼쪽으로 난 흙길로 들어섰다. 지난겨울 내내 쌓였던 눈은 녹아 이미 사라졌지만 눈 무개가 낙엽을 가지런히 다져 놓았다. 숲속 낙엽 사이에서도 곳곳에 봄의 흔적이 뚜렷하다. 여린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운이 좋으면 마이산에 자생한다는 변산바람꽃이라도 볼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남쪽사면 오르내리며 푸른빛 따라


 온통 금빛으로 칠해놓은 나옹암으로 향했다. 암자까지는 모노레일을 깔아 놓았다. 암자에 필요한 물자를 운반하기 위함이리라. 올라 보니 전망 좋은 암반위에 지은 금빛 찬란한 암자는 비어 있다. 쓰레기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겨울 내내 비워 두었던 것 같다. 나옹암 주변 암반에는 바위솔과 바위채송화가 자랐던 흔적으로 줄기가 말라붙어 있다.


 암자를 통과하여 능선으로 향했다. 능선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최근 개통한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마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고 나봉암에 서있는 비룡대와 암마이산이 우뚝하다.


 깎아지른 절벽 나봉암 위에 지은 비룡대에 오르니 마이산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타고 넘는 마이산 종주산행은 등산로가 뚜렷하여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곳곳에 자리한 전망 좋은 암반은 기암괴석이 즐비한 주변 경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자를 내려와 나봉암 남쪽 사면을 살펴보아도 푸른 생명을 찾을 수 없다. 아마 북쪽이 막힌 남쪽사면으로 내려서야 봄 냄새라도 맡을 수 있을 것 같아 등산로를 벗어나 남쪽 사면을 오르내리며 푸른빛을 따라 가본다.
 
 #‘변산바람꽃’ 겨울 추위속에서 핀다


 새 생명의 흔적이라곤 계곡 가에 자리한 ‘대사초’ 꽃대뿐이다. ‘대사초’는 산지의 곳곳에 자생하는 흔한 사초과 식물이다. 다 자라면 잎이 다소 넓어 분재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는 잎에 때로는 무늬가 든 변이종이 나타나 기쁘게 한다. 사초과 식물이 그렇듯 꽃이 피어도 꽃잎은 없고 노란 꽃밥 뿐이다.


 북부주차장을 내려섰다가 탑사로 가기위하여 천황문 고개로 향했다. 길가에는 야생화를 심어 두었는데 복수초가 이제사 노란 꽃망울을 내밀고 있다. 북쪽이라 꽃이 늦은 것 같다. 암·수마이봉이 만나는 고개에 올라서니 사람들로 붐빈다.


 고개를 넘어 남쪽사면으로 내려서니 기온이 확연히 다르다. 길가를 살피니 북사면과는 다르게 푸른빛을 뛰는 식물이 즐비하다. 조금 더 내려서자 깜짝 놀라게 하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찾았던 ‘변산바람꽃’이 큰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다. 줄기 하나에 하얀 꽃을 하나씩 매단 ‘변산바람꽃’이 한 방향으로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줄지어 섰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변산바람꽃’은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종으로 극히 일부 지역에서 작은 개체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산바람꽃’을 1993년 처음 발견한 장소가 변산이라 얻은 이름이다. 가는 줄기는 강한 바람이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지 꺾이지 않는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꽃은 꽃잎이 아니고 꽃받침이 변형된 것이다. 정작 작은 꽃잎은 수술과 암술 사이에 노란 바탕에 푸른빛을 띤 둥근 대롱모양을 하고 여러 개가 붙어 있다. ‘변산바람꽃’은 추운지방에 사는 꽃이라 눈과 얼음이 남아있는 겨울추위 속에서도 핀다.
 
 #가는털 잊지않고 드러낸 ‘털제비꽃’


 변산바람꽃을 만나고 내딛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은수사를 구경하고 탑사를 돌아  보았다. 바위를 타고 오르며 자라는 줄사철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다. 건조한 바위틈에 자리한 ‘털제비꽃’도 보았다. 수십 종의 제비꽃 중에서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고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 쬐는 곳이면 꽃도 가장 먼저 핀다. 채 잎도 제대로 내밀지 못했는데도 가는 털을 잊지 않고 드러낸 연보라색 ‘털제비꽃’이 신비하다. 


 탑사를 둘러보고 계속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남부주차장이다. 벚꽃으로 유명한 길이지만 꽃이 없는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은 산행과도 어울리지 않고 지루하다. 어떤 방향으로 돌더라도 마이산 등산에 걸리는 시간은 식사와 휴식을 포함하더라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농협중앙회 진주중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