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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연두 갈아입은 산, 봄비 한모금에 꽃잔치

지식창고지기 2009. 7. 13. 15:13

연두 갈아입은 산, 봄비 한모금에 꽃잔치
창원 비음산
 

 한줄기 흩뿌린 봄비에 숲 속이 분주해졌다. 산기슭을 타고 오르며 번져나가는 옅은 파스텔풍의 신록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그 속도가 헐벗은 산을 불타오르듯 붉게 물들이며 산정에까지 오른 진달래를 따라 잡을 기세다. 냉기가 남아있는 차가운 봄비였지만 잠든 대지를 깨우고 생기를 불어넣는 생명수가 되었다. 


 야생초산행은 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산을 찾아 비음산으로 향했다. 비음산(飛音山 510m)은 도심에서 가까운 창원시 토월동과 김해시 진례면 사이에 있는 산으로 창원시를 동쪽에서 감싸며 낙동강 수계의 남쪽 경계를 이루는 낙남정맥에 속한다.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계곡이 잘 발달되어 있고 정상에 서면 창원시가지와 진례들녘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사시사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용추계곡을 둘러싼 능선에는 가야시대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석성인 진례산성이 남아있어 전망 좋은 비음산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려준다. 
 
 #하얀 꽃들 사이 메운 연녹색 작은 야생초


 야생초산행은 경남도청에서 가까운 용추주차장을 출발하여 용추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포곡정-동문-정상-남문-포곡정으로 되돌아와 용추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원점회기산행을 했다.


 몇 일전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 제법 큰 내를 이루고 있다. 끝물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며 냇물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미련처럼 남아 맴돌기도 한다. 잠깐 화려했던 벚꽃이 사라진 길가에는 몇 일전 내린 빗물에 생기를 되찾은 야생화가 한꺼번에 피기 시작했다. 하얀 꽃에 잎이 갈라진 남산제비꽃과 흰 개별꽃 무리들이 가장 도드라져 눈에 잘 뜨인다. 높이를 더할수록 개체수가 많아져 계곡 상류 쪽에는 이들이 하얗게 수를 놓은 곳도 많다.


맨 처음 계곡을 건너는 다리부근에서는 이들 하얀 꽃들 사이를 메우고 있는 연록색의 작은 꽃들도 있다. 야생화가 다 그렇듯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이 어려울 정도로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연복초(連福草, 사진)’다. ‘연복초’는 연복초과에 속하는 유일한 식물이다. ‘연복초’라는 이름은 복수초(福壽草)를 채집할 때 묻어 나왔다고 얻은 이름이다.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으면 하겠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자세히 관찰하면 여느 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꽃빛깔이 자극적이지 않아 눈에 잘 뜨이지 않을 뿐이다.
 
 #지천에 널린 야생화 산행 즐거움 더해


 용추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10개의 다리를 건너는 것도 비음산 산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니 수분을 충분히 공급받는 곳이라 야생화가 지천이다. 때가 때인지라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핀 봄꽃들이 많다. 하류 쪽에서 볼 수 있는 꽃만 곱아도 개별꽃, 염주괴불주머니, 논냉이, 남산제비꽃, 제비꽃, 연복초, 양지꽃, 뱀딸기, 노루귀, 줄딸기 등 수없이 많다. 특히 개별꽃과 제비꽃은 여러 종류가 무리지어 자생하고 있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구분이 쉽지 않다.


개별꽃을 구분하는 기준이야 털이 있고 없고, 잎의 생김새, 꽃잎의 수, 수술의 수 등 많지만 ‘다화개별꽃(사진)’은 다른 개별꽃과 달리 꽃이 여러 개가 달리므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꽃잎과 꽃받침이 다섯 장인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3~5 송이가 달리고 뿌리는 작은 고구마 모양의 구근이 달린다. 한방에서는 구근을 태자삼이라 하여 여러 질환에 한약재로 쓴다고 한다. 석죽과에 속하는 작지만 아름다운 꽃, 개별꽃에 관심을 가지고 비교해보는 것도 산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일이 아닐까?
 
 #고양이 눈 닮아 붙은 이름 ‘괭이눈’


 계곡을 따라 가는 산행은 여러 가지로 재미를 더한다. 수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물이 머무는 곳에는 어김없이 도룡뇽과 같은 양서류 알들이 있다. 봄에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중상류로 오르니 피는 꽃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하류 쪽에서는 벌써 꽃이 지고 씨앗을 맺은 화려한 얼레지가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다. 수분이 많은 계곡 가에는 괭이눈이 많다. 괭이눈은 꽃이 지고 맺힌 씨앗이 고양이의 눈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산행은 힘이 부치지 않아 좋다. 또한 토심이 깊고 기름져 많은 야생초가 자라고 있으니 이들과 함께하는 산행이 더 큰 즐거움이다. ‘꿩의바람꽃’을 비음산에서 만난 것도 기대치 않은 소득이다. 도감에서 알려주기는 중부이북지방으로 자생한다고 했는데 여기 비음산에 많은 수의 ‘꿩의바람꽃’이 자생하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꿩의바람꽃’은 복수초와 같이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꽃잎을 열지 않아 활짝 핀 꽃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다. 보통사람들은 꽃이 줄기 끝으로 한 송이씩 달리는 ‘꿩의바람꽃’은 몰라도 아네모네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꿩의바람꽃’도 학명을 보면 아네모네라는 이름이 들어 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이리저리 흔들릴 뿐 꺾이지 않는 꽃이 바람꽃이다. 비음산에 자생하는 ‘꿩의바람꽃’은 도감에서 말하는 자생지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이외로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상은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이뤄


 높이를 더하여 포곡정이 가까워오니  노랑제비꽃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깊은 산 중턱이상에서 주로 자생하는 강렬한 빛깔을 지닌 노랑제비꽃은 햇빛이 잘 드는 등산로 주변에서 많이 자생한다. 보통사람들은 대충보고는 노란 양지꽃과 구분을 못한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다시 살펴보면 두 꽃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음산 정상부근 능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로 탐방로를 만들어 방문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곳곳에 공간을 크게 하여 휴식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조성하여 놓았다. 진달래로 이름난 곳이지만 산철쭉이 더 많이 자생하고 있는 것 같아 꽃이 피면 화려함을 더할 것 같다. 등산객이 탐방로로 이용하는 능선은 잔돌이 쌓인 것이 진례산성의 흔적이다. 정자가 있는 정상에 이르니 분지를 이룬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창원 분지를 감싸고 있는 원근의 산들이 봄 안개 속에 아련하다.


 하산은 남문을 지나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여 날개봉을 넘어 주차장으로 바로 갈 수 있지만, 포곡정에서 올랐던 길과 다시 만나 용추계곡을 따라 출발했던 곳으로 하산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비음산 등산에 걸리는 시간은 쉬엄쉬엄 걸어도 3~4시간 충분하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동마산 IC > 창원역 > 도계광장 우회전 >경남도청> 용추계곡주차장             
 (농협중앙회 진주중앙지점장)
 


Write : 2008-04-17 09:30:00   |   Update : 2008-04-17 09:3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