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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마른 겨울 한파에도 파릇파릇한 도깨비고비

지식창고지기 2009. 7. 13. 15:22

마른 겨울 한파에도 파릇파릇한 도깨비고비
욕지도 천황산
 
 북서 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하얀 포말이 날리는 다소 거친 바닷길이었지만 위태롭지 않을 만큼 섬으로 향하는 배는 크고 늠름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점점이 떠있는 섬 사이의 물길을 가르며 욕지도로 향했다. 이제 욕지도는 날씨가 크게 나쁘지 않다면 쉽게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뱃길이 편리해졌다. 편리해진 배편만큼 볼 것이 많아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하루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섬이다.

 욕지면에는 연화열도에 위치한 크고 작은 39개의 섬이 있다. 가장 큰 섬은 욕지도로 욕지면의 소재지이다. 욕지면의 주산은 욕지도에 있는 천황산(392m)이 아니라 두미도에 있는 다른 천황산(467m)이다. 높이를 따진다면 두미도를 먼저 찾아야겠지만 뱃길 교통이 편리하고 일주 도로가 있어 섬 구경을 함께할 수 있는 욕지도로 향했다.

 욕지(欲知)라는 섬의 이름은 선문답에서나 나옴직한 이름 같다. ‘알고자 하거든’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욕지가 한때는 이 섬에 사슴이 많아 녹도라 불리었다. 섬에는 천연기념물 343호로 지정된 ‘모밀잣밤나무’ 군락과 패총, 해수욕장이 있고, 특히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즐비하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벽에 쉼 없이 파도가 밀려와 부딪치며 연출하는 경관에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아름다운 섬이다.

 겨울이 되면 대부분의 식물은 잎이 지고 마른 상태로 추위를 인내하며 봄을 기다린다. 드물게 남쪽바닷가나 섬에 사는 상록활엽수는 푸른 잎을 지닌 채 겨울을 난다. 욕지라면 모밀잣밤나무, 사스레피나무, 마삭줄, 자금우, 팔손이, 모람, 광나무 같은 상록활엽수를 어렵지 않게 그것도 한 곳에서 큰 군락을 만날 수 있다.

[img1] 천황산을 오르는 산길은 복잡하지 않다. 가장 높은 산인 천황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을 보고 찾아 오르면 등산로가 있다. 욕지도를 종주하는 산행은 곳곳에서 일주도로를 넘나들어야 하는 것이 여기 등산로의 특징이다. 해안절벽이 발달한 섬 일주도로를 산중턱을 깎아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일주도로를 잘 이용하면 체력과 시간에 맞게 등산을 시작하거나 마칠 수 있어 편리하다.

 야생초산행은 동항부두를 출발하여 일주도로를 따라 해맞이공원까지 갔다가 대기봉으로 오르는 능선을 택했다. 중간에서 종주등산로를 따라 잠시 일주도로를 벗어나가도 했다.

 남해바다 한 가운데 위치하여 기온이 비교적 온화한 섬이지만 30년 만에 찾아 온 한파를 피할 수는 없었나 보다. 길가의 ‘갯쑥부쟁이’는 한파에 얼어 제 모습이 반쪽만 남았다. 잎이 두텁고 잔털이 많아 겨울에도 야생초를 찾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던 꽃이다. 사는 곳이 해풍이 부는 바닷가의 건조한 곳이라 작은 추위는 거뜬히 잘 견디던 식물이다. 국화과인 ‘갯쑥부쟁이’가 바닷가의 건조한 돌 틈에서 홀로 꽃을 피운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등산로는 높이를 더해 갈수록 전망이 좋아진다. 해안절벽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딪치는 파도가 아름다움을 더한다. 전망의 절정은 높은 절벽위에 아스라이 자리한 바위다. 수십 명이 머무를 수 있는 암반은 시야를 무한대로 수평선 끝까지 넓혀준다. 올망졸망 자리한 섬들이 연화도까지 이어지며 절경을 빚어 놓았다.

[img2]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마삭줄이 소나무를 휘감고 올라가 덤불을 이루기도 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송악’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늘진 곳에서는 ‘송악’이 숲속 바닥을 가득 메우고 기며 바싹 마른 겨울 산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소가 잘 먹어 ‘소밥나무’라 불어기도 하는 두릅나무과의 ‘송악’은 추위에도 잘 견뎌 관상용으로 담장에 올리기도 한다. 변이가 심한 ‘송악’의 잎도 어린 줄기에서 나온 잎은 3~5갈래로 갈라지지만 묵은 가지에서 나온 잎은 달걀모양 또는 사각형이 되고 윤기가 난다. 꽃집에서 아이비라 부르며 팔고 있는 식물은 ‘송악’과 비슷한 서양송악이다.

 대기봉을 지나면 천황봉은 지척이다. 이 섬의 최고봉인 천황봉은 군사시설이 있어 오를 수 없다. 안부에서 방향을 바꿔 태고암에 이르면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를 따라가면 약과봉으로 오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욕지도 어디를 가도 가장 눈에 많이 뜨이는 식물이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다. 그 중에서 잎에 윤기가 있어 푸른빛이 더욱 돋보이는 ‘도깨비고비’가 으뜸이다. 잎조각이 달걀처럼 타원형을 이루다가 위를 향하면서 낫처럼 휘어진 모습이 강한 야성미를 보인다. 면마과인 ‘도깨비고비’가 욕지에서는 일주도로 옹벽의 틈, 사람이 사는 집의 담장, 산기슭 바위틈에도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욕지 특산물인 고구마 밭둑을 걷고, 방목하는 흑염소를 마주치기도 한 섬 산행도 약과봉에 이르면 종점을 향해간다. 전망 좋은 곳이면 어디든 예외가 없었던 염소 똥이 수북이 쌓인 약과봉에서 내려다보는 동항의 모습이 아늑하다. 하산은 논골을 거쳐 일주도로를 따라 출발지점을 되돌아 왔다. 안내 표시판이 잘 세워진 천황봉 산행의 전체 소요시간은 서두르지 않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주의할 일이라면 중간에 식수를 구할 수 없으니 물만 충분히 준비하면 된다.

[img3]
찾아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진주.통영고속도로 통영 IC > 14번국도 > 통영 > 통영대교 > 삼덕 > 욕지행카페리 > 욕지동항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통영까지는 각 지역에서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통영에선, 삼덕까지는 수시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욕지행 여객선
 욕지행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항에서 출발한다. 출발시간은 계절에 따라 수시 변함으로 사전 확인을 요한다.
 연락처)욕지호 055)641-6181(출항시간:06:50,10:40,14:30) 금룡호055)643-897(출항시간:06:45,10:00,13:10,15:50)
 /농협중앙회 하동군지부장

▲사진설명=도깨비고비, 갯쑥부쟁이, 송악, 망대봉과 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