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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체 - 국선생전(麴先生傳)

지식창고지기 2009. 8. 4. 21:16

국선생전(麴先生傳)
술을 의인화한 전기


/ 가전체의 문학사적 의의 / 가전체 흉내 내보기 /

이규보

국성은 술을 의인화한 호칭으로, 누룩으로 술을 빚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국성은 미천한 자로서 출세하나, 국정을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 일로 죄를 입어 그의 세 아들은 자살하고 국성도 서인이 된다. 국란이 일어나자 출정하여 큰 공을 세운다. 그리하여 벼슬을 얻으나, 상소하고 물러나와 제 본분을 지킨다.
서평(書評)에는 '기미를 알아서 일을 해나간다'는 주역의 말을 인용하여
국성의 생애를 찬양하고 있다.

● <국선생전> 줄거리
  주인공인 국성(麴聖-맑은 술)은 주천 고을 사람으로 아버지는 차이고, 어머니는 곡씨의 딸로서 어려서 서막의 사랑을 받아 그가 이름을 붙여주었다.
  국성은 어려서부터 이미 깊은 국량이 있어 손님이 그의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눈여겨 보고 이 아이의 심기가 만경의 물과 같아서 맑게 해도 더 맑지 않고, 뒤흔들어도 흐려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자라서는 유령, 도잠과 더불어 친구가 되었으며, 임금도 국성의 향기로운 이름을 듣고 총애하였다. 그리하여 임금과 날로 친근하여 거슬림이 없었고, 잔치에도 함부로 노닐었다. 그러자 그의 아들 삼형제 혹(酷-텁텁한 술맛의 형용), 포(계명주-차좁쌀로 빚은 술), 역(쓰고 진한 술)이 아버지의 총애를 믿고 방자히 굴다 모영(붓을 의인화한 것)의 탄핵을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아들들은 자살했고, 국성은 탈직되어 서인으로 떨어졌으나 뒤에 다시 기용되어 난리를 평정함에 공을 세웠다. 그뒤 스스로 분수를 알아 물러나 임금의 허락을 받고 고향에 돌아가 죽었다.
  사신이 말하기를 '국씨는 대대로 농가 출신인데, 국성이 순후한 덕과 재주로 임금의 심복이 되어 나라 정사를 짐작하고, 임금의 마음을 윤택하게 함에 있어 거의 태평한 경지의 공을 이루었으니 장하도다!'고 하였다.

 

● <국선생전> 본문 읽어보기
  국성(麴聖-술을 의인화한 호칭. 누룩으로 술을 빚기 때문에 국성이라 함)의 자(字)는 중지(中之-곤드레)이니, 주천(酒泉-중국 춘추 전국 시대의 주나라에 있던 땅이름. 이곳에서 나는 물로 술을 빚으면 술맛이 좋았다고 함) 고을 사람이다. 어려서 서막(徐邈-중국 진나라 사람. 술을 좋아했음)에게 사랑을 받아(서막이 술을 좋아했다), 막(邈)이 이름과 자를 지어 주었다.
  먼 조상은 본시 온(溫)땅 사람으로 항상 힘써 농사지어 자급(自給)하더니, 정(鄭)나라가 주(周)나라를 칠 때에 잡아 데려왔으므로, 그 자손이 혹 정나라에 널려 있기도 하다. 증조(曾祖)는 역사에 이름이 나타나지 않고,
조부 모(牟-보리)가 주천(酒泉)으로 이사하여 거기서 눌러 살아 드디어 주천 고을 사람이 되었다. 아비 차(흰술을 의인화한 말)에 이르러 비로소 벼슬하여 평원독우(平原督郵-맛이 좋지 않은 술)가 되고, 사농경(司農卿-제사에 쓰는 곡식 및 그 경작지의 일을 맡아보던 관아인 사농시의 벼슬아치) 곡(穀)씨의 딸과 결혼하여 성(聖)을 낳았다.(누룩과 곡물을 섞어 술을 빚었다)     <국성의 가계와 출생>

  성(聖)이 어려서부터 이미 깊숙한 국량
(局量-도량)이 있어, 손님이 아비를 보러 왔다가 눈여겨보고 사랑하였다.
  "이 애의 마음과 그릇이 출렁출렁 넘실넘실 만경(萬頃)의 물결과 같아서 맑게 해도 맑지 않고
(맑은 술-청주를 뜻함), 뒤흔들어도 흐리지 않으니, 그대와 더불어 이야기함이 이 아이(聖)와 함께 즐거함만 못하이."
성이 자라나서 중산의 유령
(劉伶-죽림 칠현의 한 사람으로 술을 무척 좋아한 것으로 유명함)과 심양의 도잠(陶潛-도연명, 술을 좋아했음)과 더불어 벗이 되었다. 두 사람이 일찍이 말하기를, "하루만 이 친구를 보지 못하면 비루함과 인색함이 싹돋는다." 하며, 서로 만날 때마다 며칠이 가도록 놀고(하루 종일 술을 마셨다) 서로 헤어질 때는 항상 섭섭해하였다.      <국성의 성품과 교우>

고을에서 성에게 조구연
(糟丘椽-조구라는 아전 직책. 원래는 술지게미가 처마까지 닿았다는 뜻)을 시켰으나 미처 나아가지 못하였고, 또 나라에서 청주종사(靑州從事-질이 좋은 술)로 불러 공경(公卿-삼공과 구경을 함께 이르는 말)이 번갈아가며 그를 조정에 천거하니(임금에게 술을 권하였다), 임금께서 조서(詔書-임금의 뜻을 일반에게 널리 알릴 목적으로 적은 문서)를 공거(公車-전쟁에 쓰이는 수레)를 보내어 불러 보고는 말하기를
"저 사람이 주천의 국생인가. 짐이 향기로운 이름을 들은 지 오래였노라."
하였다.
  곧 주객낭중
(主客郎中-손님을 맞이하는 벼슬 이름) 벼슬을 시키고, 이윽고 국자제주(國子祭酒-나라의 제사에 올리는 술. 여기서는 벼슬의 이름으로 쓰였음)로 올려 예의사(禮儀司-예의 범절을 관장하는 관리)를 겸하니, 무릇 조회(朝會-아침에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모여 인사를 나누는 일)의 잔치와 종조(宗祖-역대의 임금들)의 제사, 천식(薦食-천신할 때 올리는 음식. 천신은 봄가을에 신에게 하는 굿), 진작(進酌-임금께 나아가 술잔을 올림)의 예(禮)에 임금의 뜻에 맞지 않음이 없는지라. 위에서 기국(사람의 도량과 재간)이 둠직하다 하여 올려서 후설(喉舌-목구멍과 혀. 여기서는 벼슬 이름)의 직에 두고, 우례(優禮-두터운 예우)로 대접하여 매양 들어와 뵐 적에 교자(轎子-고관들이 타는 가마, 여기서는 술상)를 탄 채로 전(殿-궁궐)에 오르라(술상에 오른 채로 궁궐에 들어가다) 명하며, 임금의 마음이 불쾌함이 있어도 성(聖)이 들어와 뵈면 임금은 비로소 크게 웃으니, 무릇 사랑받음이 모두 이와 같았다.     <국성에 대한 임금의 사랑과 특별 대우>


                                            (중략- 생략된 부분 줄거리)
  국성은 미천한 존재로서 출세하나, 국정을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이 일로 죄를 입어 그의 세 아들은 자살하고 성(聖)도 연좌되어 서인이 되기까지 한다. 성(聖)은 야인으로 있으면서도 국란이 일어나자 출정하여 희생 정신을 발휘하고 공을 세운다. 그리하여 벼슬을 받았으나, 상소하고 물러나와 제 본분을 지킨다.

   사신(史臣)은 말한다.
  국씨는 원래 대대로 농사짓는 집안이었는데, 성이 유독 넉넉한 덕이 있고, 맑은 재주가 있어서 당시 임금의 심복이 되어 국가의 정사에까지 참여하고 임금의 마음을 깨우쳐 주어 태평스러운 시절의 공을 이루었으니 장한 일이다.
  그러나 임금의 사랑이 극도에 달하자 마침내 국가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화가 그 아들에게까지 미쳤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실상 그에게는 유감이 될 것이 없다 하겠다. 그는 만절
(晩節-늦게까지 지키는 절개)이 넉넉한 것을 알고 자기 스스로 물러나서 마침내 천수로 세상을 마쳤다. 주역에 '기미를 보아서 일을 해나간다(사태나 현상을 미리 짐작하여 파악한 뒤에 행동과 실천을 수행해 나간다)'라고 한 말이 있는데, 성(聖)이야말로 거의 여기에 가깝다 하겠다.

 

● <국선생전> 내용 정리
* 연대 : 고려 중엽
* 작자 : 이규보
* 형식 : 가전체(假傳體)
* 성격 : 교훈적, 풍자적
* 구성 : 전기적(傳記的) 구성
* 주제 :
위국 충절의 교훈(계세징인)
* 출전 : 동문선

● <국선생전> 이해하기
  이규보는 이 작품을 통해 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덕과 패가망신의 인간관계를 군신 사이의 관계로 옮겨놓고 그 성패를 비유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국성을 신하의 입장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주목되는데, 이는 유생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신하로서 군왕을 보필하여 치국의 이상을 바르게 실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였다.
  신하는 군왕으로부터 총애를 받게 되면 자칫 방자하여 신하의 도리를 잃게 되어 국가나 민생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기 쉽고, 마침내 자신의 몰락까지 자초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신하는 신하의 도리를 굳게 지켜나감으로써 어진 신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때를 보아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국선생은 비록 미천한 몸이지만 성실히 행동해서 관직에 등용되었고, 또 총애가 지나쳐 잘못을 저질렀지만 물러난 뒤에 후회할 줄 알았으며, 국난을 당해서는 백의 종군하였다.
이를 통해서, 이 작품은 사회적 교훈을 강조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곧 안으로 무신의 난과 밖으로 몽고군의 침입에 희생된 고려 의종.고종 연간의 난국에 처하여
분수를 망각한 인간성의 결함과 비정(非情)을 풍자한 계세징인의 목적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 <국순전>과 <국선생전>의 차이점
이규보의 <국선생전>은 임춘의 <국순전>과 마찬가지로
술(누룩)을 의인화의 대상으로 하였지만 그 주제는 다르다.
<국순전>은 도량과 인품을 갖추고 있는 국순이 방탕한 군주에게 등용되었다가 세상을 어지럽히고는 은퇴해서 곧 죽었다는 내용으로, 정사를 돌보지 않는 군주까지 비판하면서
술로 인한 폐해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에 <국선생전>의 국성은 도량이 크고 성품이 어질며 충성이 지극한 긍정적 인물로 서술되었다. 국성이 '국선생'이라 불린 점이라든가, 만년가지 제 본분을 지키고 화평한 삶을 누린 것이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두 작품은 술의 내력, 성질, 효능 등을 사람의 개성, 기질, 욕구 등으로 의인화하는 수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나, 사건 구조와 인물형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 가운데서 술의 효능과 가치를 훨씬 긍정적으로 표현한 쪽은 물론 이규보의 <국선생전>이다.

 

국순전

국선생전

차이점

요사하고 아부하는 정객들을 꾸짖고 방탕한 군주를 풍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미천한 몸으로 성실히 행동했기 때문에 등용되었고 총애가 지나쳐 잘못을 저질렀지만 물러난 후 반성하고 근신할 줄 아는 인간의 모습을 그림

공통점

* 술을 의인화함
* 제목에서부터 시작하여 관련 인물과 지명, 서술 방식 등이 유사함
* <국선생전>은 이보다 앞서 나온 <국순전>의 영향을 받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