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체의 문학사적 의의
가전체는 사물을 의인화하여 일대기로 꾸민 것이다. 따라서 작품 속의 주인공은 어떤 사물을 의인화한 것이며, 그 주인공의 행동이나 처지는 그 사물과 관련된 고사나 역사적 사실을 차용하여 그려진다.
우리 문학사에서 이러한 가전체라는 양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고려 말 신흥사대부들에 의해서였다. 사물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중요시했던 이들의 의식이 가전체라는 양식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양식은 아직 상당한 정도의 교술성을 지니고 있지만 점차 허구적인 서사 문학으로 나가는 하나의 과정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
이러한 문학사적 의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춘을 비롯한 이규보, 이곡, 이첨 등이 창작한 가전체 작품들을 두루 읽어볼 필요가 있다.
가전체 흉내내기
우리나라의 전통술인 막걸리는 사실 술이라기보다 음식에 가깝다. 일하다가 새참으로 먹기도 해 농주라고 하지 않는가.
이 술은 너무 순박해 늘 강한 술에게 눌려 지냈다. 역사가 말해준다.
막걸리국 정종 13년 숙취해, 이 탁주나라 백성들은 술반, 물반을 실천하며 알딸딸하게 살고 있었느니라. 그러던 어느날, 양주국 위스키군단이 각종 독한 알콜전함을 이끌고 이 막걸리 나라의 해안을 침공했겄다.
위스키 군단의 화끈하면서도 뒤끝없음에 방심하고 있던 탁주 군단은 연전연패니 이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라. 막걸리국은 급기야 '참나무통 벌건쇠주'와 여장군 '청량리 벗었수'를 앞세워 저항했으나 양주국의 높은 알콜 도수에는 조족지혈이었더라.
허나 막걸리국에도 깡이 대단한 '막소주장군'이 있었으니 그는 우선 안주가 좋은 전라좌수사로 임명돼 내려갔다더라. 그러나 전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곳곳은 양주국 위스키 군단의 원샷성 파상공세에 기 한번 제대로 못펴고 함락 당하니 이 일을 어쩔꼬냐.
막소주 장군은 비장한 각오를 했것다.
"술이란 무릇 취하기를 각오하면 깨고, 깨기를 바라는 자 취하고 마는 법이니 모두 날 따르라! 아무리 위스키 군단의 화력이 좋고 꼬냑특전대의 병법이 톡 쏜다 하나 거북이 전함을 만들어 두꺼비 대포를 쏘며 새우깡을 발휘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도다!"
과연, 막소주 장군 휘하의 병졸들도 잘 싸워 연전연승을 하더라. 허나 이때 조정에서는 증류수나 주정대신들이 막소주 장군을 모함해 그는 판매금지 아니 출전금지가 되고 말았다더라.
하지만 충실한 삼겹살 대감이 상소를 올려, 겨우, 그 '막소주'를 삭탈관직해 상표없이 나가 싸우는 백의종군 시켰는 바 그의 깡앞에서는 아무도 말릴 자가 없었나니. 그뒤 막소주 장군은 다시 삼군수도통제사에 컴백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나 적병이 우연히 던진 오프너에 맞고 장렬히 숨졌다 하노라!
- 스포츠 조선의 '에로비안 나이트'에서/1998.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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