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민족 영토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 프롤로그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01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 프롤로그
상고시대 한민족은 여러 엘리트 종족들이 모여 구성
환웅세력인 공공족·홍산문화의 맥족…
우리 문화유산 제대로 이해하는 바탕
地文 통해 고대 종교·문화유산 조명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북경 북쪽 64㎞ 위치에 있는 환웅족의 공공성 유적(원형 점선). 공공성은 중원에 살던 공공족이 동북지역으로 이주한 최초 근거지로 북경대 고고학계에서 발굴했다. 그곳 밀운현 중심지를 예부터 백단촌(白檀村 =밝달촌)이라 했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이동의 역사였다. 상고시대로 갈수록 당시 사람들은 열악한 도구로 생존하기에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지구의 환경은 수시로 바뀌었고 그때마다 인류는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해야만 했다.

상고시대는 유라시아 초원을 매개로 동·서가 끊임없이 교류하고 이동하면서 민족과 문화가 융합되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됐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전파설'을 강조하는데, 상고시대는 주민의 이동을 수반한 문화 전파가 많았다. 상고시대를 현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다. 현재 지구에는 65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각 지역이 국경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상고시대에는 국경이란 것 자체가 없었으며, 인구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적었다. 가령 기원전 3500년경의 중국 요서지역의 인구는 5만여 명에 불과했으며, 한나라 때인 기원 전후의 만주의 총 인구는 100명 정도였다.

지금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역사를 연구하면, 상고사의 경우 역사의 실체적인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상고시대는 끊임없이 민족과 문화가 교류하고 흐르던 시대였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주민과 문화가 이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당시의 여건 때문이다.

일본이 고립되어 살던 시절인 조몬시대(기원전 4세기 이전)에는 일본 열도 전체 인구가 26만여 명에 불과했다. 일본 열도에 이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 남부 주민이 벼농사 기술을 가지고 야요이 시대(기원전 4~기원후 3세기)를 개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와 같이 상고시대의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인문·지리적 조건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열린 마음으로 역사나 문화를 이해하면 의외로 한민족의 그것이 유라시아 전체 역사나 문화와 연결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역사나 문화유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민족을 형성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 한민족은 단군 이래 단일민족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민족을 구성한 초기의 주민들이 여러 종족일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필자도 오랜 상고사 연구를 통해서 한민족을 구성한 엘리트 종족이 여럿임을 밝힌 바 있다. 그 대표적인 종족으로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웅세력인 공공족이 있으며, 그 공공족과 연합하여 단군시대를 연 후기 홍산문화의 주인공인 맥족이 있다. 다음으로 고구려 백제의 시조와 관련된 부여족인 프리기아인들이 있고, 신라 김 씨왕족과 관련된 사카족도 있다. 이들 중 몇몇 종족은 천산 너머에서 동으로 이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동으로 이동하면서 현지인과 혼혈종족을 이루며 한반도로 들어왔다.

이들 이외에 한민족을 구성한 세력으로 주목해야 될 종족은 선홍산문화의 주인공이었다가 남으로 이동했던 동이족, 그리고 한반도에 선주해 있던 고아시아족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종족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후에야 우리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한민족의 종교문화는 마치 시루떡과 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시루떡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한 덩어리의 떡임에는 틀림없으나, 떡시루 속에 담겨진 한층 한층의 떡은 다른 시기 다른 주민들이 쌓아놓은 떡이다. 특히 고대의 문화유산은 대부분 그들의 우주생명관과 관련되어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각 시대의 엘리트 주민들이 누구인가와 그들의 우주생명관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알아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연재할 글에서 한민족을 구성했던 각각의 엘리트 종족의 시각에서 한국의 고대 종교·문화유산을 새롭게 조명할 것이다. 특히 필자가 주목했던 것은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많은 문화유산이다. 상고시대를 파악할 수 있는 문헌자료가 부족한 입장에서 '땅에 새겨 놓은 글(地文)'이야 말로 귀중한 자료이다. 그것들은 한민족 공동체를 이끌던 초기 주민들의 신앙 표지(標識)이다. 그 표지가 어느 시대 어떤 엘리트 주민들이 그들의 백성들을 이끌기 위한 상징들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단군시대부터 삼국이 성립되는 시기까지 형성된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풀어갈 것이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


▶ 약력 : 1958년 경북 문경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8년부터 지금까지 경주를 근거지로 국내외 현장을 답사하며 한국 고대사와 고대 종교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 '고깔 모자를 쓴 단군'(백산자료원) '실크로드를 달려온 신라 왕족'(일빛)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일빛).
  입력: 2009.04.1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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