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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5> 김해 해은사 대왕각 검은 돌

지식창고지기 2009. 8. 7. 08:20

역사연구가 정형진의 고대문화 새로 읽기 <15> 김해 해은사 대왕각 검은 돌의 비밀
모든 생명 품고있는 태모신의 자궁 상징
아들낳기 위해 빌던 祈子石 등 돌과 관련된 다양한 '모태'신앙
세계 각지 신화 속에서 발견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김해시 분성산 해은사의 대왕각 안에 모셔진 '검은 돌'(오른쪽 아래).
우리 전통문화 중에는 돌에 대한 신앙이 많다. 절이나 그 주변에 있는 큰 바위에는 예외 없이 바위신앙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절에 가면 할머니들이 바위를 향해 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그 바위에다 무엇을 기원하는 걸까. 왜 바위에 대고 절을 할까. 그들이 바위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김해시 분성산 해은사 대왕각에 는'검은 돌'이 모셔져 있다. 오늘은 이 검은 돌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고대부터 인류는 돌에 특정한 관념을 부여했다. 돌에서 신이나 인간이 태어나기도 하고, 돌에 신이 거주한다고도 생각했다. 몽골인들은 돌과 암석에 조상의 영혼이 살아있다고 믿었다. 동부여 금와(金蛙)왕은 호수가의 큰 돌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애로 출생했다. 또한 중국 하나라 우임금의 아들 계(啓)도 돌에서 태어났다. 우임금이 곰으로 변한 모습을 본 부인이 부끄러워 숭고산에 이르러 돌로 변했는데, 그 돌의 북쪽이 깨지면서 계가 태어났다고 한다. 여기서 돌은 생명 탄생의 모태로서 기능하고 있다. 우리민속에 돌이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 가장 잘 반영된 것이 기자석(祈子石·아들 낳기를 빌던 바위) 신앙이다.

이러한 신화는 페르시아 미트라신앙에도 나타난다. 구세주 미트라는 손에 칼을 들고 바위로부터 태어났다. 또한 셈족도 바위를 여성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그들의 바위신앙 풍습이 성경에 보인다. 예레미아 2장 27절에는 "왕이나 고관들이나, 사제들이나, 예언자들이나 모두 창피를 당하리라. 너희는 나무를 보고 아비라, 돌을 보고 어미라 하며, 나를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가도 재앙만 만나면 나더러 살려달라고 한다. 네가 만든 신들은 모두 어디를 갔느냐"라고 힐난하는 구절이 있다.

 
  자식 낳기를 기원하는 대상인 '삼신'으로 돌 세 개를 모셔놓은 부산 초읍동 당산의 모습.
그렇다면 '검은 돌' 신앙은 어떤가. 기원전 1200년 경부터 히타이트 이후 터키 중부를 장악했던 프리기아의 태모신 키벨레의 상징은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돌(운석)'이었다. 로마인들은 이 키벨레를 숭배하기 위해 프랑스나 영국처럼 먼 곳에서 검은 돌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이집트 제12왕조 때 세운 벤벤석의 꼭대기에도 '검은 돌'이 있다. 검은 돌 숭배의 가장 극적인 공간은 이슬람 최고의 성지인 메카의 카바신전일 것이다. 신전의 동쪽 구석, 지면에서 1.5m 정도 높이에 검은 돌이 끼워져 있다. 이 검은 돌은 모든 생명을 품고 있는 우주란으로 원형적인 생명의 고향인 태모신의 자궁이다.

그렇다면 해은사 대왕각에 모셔진 검은 돌은 어떤 상징을 가지고 어떤 연유로 모셔지게 되었을까. 이 돌은 허황후가 아유타국에서 올 때 가지고 온 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검은 돌은 어쩌면 부여계로 추정되는 가야 지도층 문화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삼국지' 한전에 보면 구야국의 지도자를 '부례구야진지렴(不例狗邪秦支廉)'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부례구야'는 앞에서 언급한 검은 돌로 상징되는 키벨레 여신의 나라 프리기아의 음을 표기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대왕각의 검은 돌도 모든 생명 있는 것을 낳는 태모신의 상징일 수 있다.

부산진구 초읍동 당산에도 돌을 삼신(태모신)으로 모신다. 돌을 태모신으로 생각한 흔적이다. 초읍동 삼신은 천지개벽 때 선학을 타고 하강하였다고 한다.

'천년왕국 수시아나에서 온 환웅' 저자
  입력: 2009.07.2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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