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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엽기 재판 9 편 - 아씨르 현장

지식창고지기 2009. 12. 7. 10:15

▲ 아직도 변방에 사는 아랍인들에게는 낙타가 중요한 교통 수단이며, 양과 함께
재산 목록 1호에 해당한다.

 

  

  

 

세기의  엽기 재판  9 편 - 아씨르 현장


"  여보!, 정 부장!, 별 일 없어?,. . .  이번 주말에 엔지니어들과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그거 어떻게 , 좀, 않 될까? "

 

아씨르 전력 공사 현장 소장으로부터의 전화다.  법정 출두건으로 몇 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곽 소장과의 통화가  소원 했었다.

 

" 어!, 곽 소장 !, 잘 있었어!, 그래, 현장은 잘 돌아 가나?,"

 

" 그래,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도 잡혔고, 제대로 돌아 가는 편이야, 가설 사무소와
  가설 숙소도 완성되어서, 일하기 훨씬 편 해 졌지,  이제 인원 충원만 제대로 되면
  속도를 낼 수 있겠어 "

 

작년 봄, 정 부장이  제다 지사장으로 부임 한 후 얼마 않되어 사우디의 서부지역
공사로는 첫 공사로 아씨르지역 전력화 공사 수주에 성공하였다.  제다에서 남쪽
으로 800 km 떨어진 고산지역에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선, 배전선 공사를 30 개월
이내에  수행 하는 공사다. 공사 금액은 미화 1 억 6천 2 백만불,  송 배전 공사로는
대형 프로젝트인 것이다.
 
아라비아 반도의 남단,   예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씨르 지역은  대부분이
해발 2,500 M - 3,000 M  에 이르는 고산지역이다. 년 중 기온도 서늘하고 강우량도
풍족하여 목축과 농산물 재배가 이 지역의 주민들의 주업이 되고 있다. 에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즈란을 비롯하여 아브하, 카미슈무세, 하라자, 알바하에는
고산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렇한 좋은 환경 때문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뫃여
살고 있다.

 

             

 

 

2 년 전 사우디 정부는 산업 시설이 빈약한 이지역 6 개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하여 아씨르 전력화 프로젝트를 국제 입찰로  발주 하였다. 유롭  6 개국의  건설
업체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려 H 건설이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오랜동안 계약 조건
협의를 거쳐 6 개월 전에 계약이 체결 되고, 곽 이사가 초대 현장 소장으로 부임 한
것이다.

 

정 부장은 곽 이사가 현장 소장으로 발탁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 하였다. 연령도
같은 또래이고, 유머 감각도 있어 평소에도 거리감 없이 지내던 사이다.
곽이사는  회사 내에서 인정 받고 있는 일급 전기 기사 일 뿐 아니라, 이미 여러 현장을
경험한 베터란 현장 소장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대인 관계도  원만하다.

 

지사장과 현장 소장과는 긴밀한 유대 관계가 필수적이다. 현장 운영은  현장 소장
책임이나, 공사 대금 수금,  기계, 장비, 자재의 조달, 발주처, 또는  정부기관과의
공식적인 접촉은  모두 지사장 몫인 것이다. 은행, 근로자들의 취업비자를 위한
이민국, 기자재 통관을 위한  세관, 경찰서, 법원 등 지사장의 업무와 관련 된 정부
부처도  다양하다. 또 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는  언제  어떤 지원 요청이
올지 모른다.  따라서 지사장은  현장 상황을 항상 주시 하고  귀를 열어 놓고 있어야
한다.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것이다.

 

"  이번에는 취프 ( Chief Engineer - 주 감독관)가 온다는군,  오히려 잘 됐어, 감독
   승인 받을 것도 있고, 설계 변경 건, 사전에 뜸을 드려야 할 것도, 좀, 있거든!,

 

"  어이!, 곽소장!, 당신 나 아굴라 감옥에 처 넣으려고 작정 했군, 내가  당신한테
   원한 살 일이라도 했나?"

 

곽소장이  애교반, 진담 반으로 꼬리를 내린다.

 

"  아!, 그렇지 말고, 잘 좀 봐 주이소,  이세상에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이 정부장
   아인교?"

 

현장 소장은 공사기간동안  미화 1억 6천 2 백만불 이라는 예산을 집행하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 줄을  쥐었다  폈다 하는 상전이 둘  있다.
하나는 본사의 담당  임원이고,  다른 하나는 발주처측 기술 감독관이다.
 
현장을 꾸려 나가기 위하여는 현장의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본사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즉, 인력보충이나, 기자재 지원을 받으려면, 본사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 내야 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담당 임원인 것이다.  대 본사 관계는
담당 임원에게  의존 할 수 밖에 없다.  일선 책임자들은 고충을 곧 잘 털어낸다.
 
"  본사를 설득하고 승인을 받아 내는 일이  현장 업무보다 더 어렵다."고.

 

또 하나의 상전, 발주처 측 감독관은 현장 소장으로서는 미래가 달려 있는 상전이다.
현장작업이 시작되면, 모든 공정 ( 공사일정), 작업과정, 투입 되는 기자재, 등은
감독의 사전 승인하에 사용 하도록 되어 있다. 승인 된 자재라도 사용 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정밀 분석을 하도록 되어있다. 엄청 난 콩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어도 강도 시험 결과가 나쁘면, 허물고 새로 축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공사 가간의 지연과 경비 손실은 막대 한 것이다. 감독관이 까다롭게 하려면 한 없이
까다로울 수 있다.   감독관과의 유대 관계는  공사에서 이익을 보느냐, 손실을
보느냐의  기본적인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  얼마나 팔요한데 ?, 하나면 되나? "


"  정부장! 와 이래?,  한 다섯개는 있어야지,  참석 인원이  15 명이나  되는데...
   그리고 정부장도 시간이 되면 다녀 가!, 주말이고 하니,  다녀 간지도 오래 되지
   않았어?"


"  알았어, 나는 참석 하기 어렵고, .. 구해 놓고 연락 할테니, 기사를 보내, "

 

과거에도 몇 번 있었던 일이다. 감독관들은 모두 유롭사람들이다. 감독관들과의
회식에는 위스키가 최고의 선물이 되는 것이다.  아랍권에서는 주류의 반입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주류 반입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즉시 구금 또는 추방이다.
주류 구입이 불가능 한 상태에서, 위스키 파티는 마음 설레게 하는  향연 일 수
밖에 없다. 유롭인들은 아랍세계를 드라이 칸추리라고 한다.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술이나 여자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곽 소장과의 통화가 끝 난 후, 정 부장은 조과장을 불렀다

 

" 조 과장!, 현장에 엔지니어 파티가 있대, 한 박스만 구 해 봐! "


" 예!, 한 박스면 됩니까?, "


" 그래, 실수 없도록 "

 

조과장은 뒤도 않 돌아보고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정부장은 조과장의
이 처럼 자신있는 행동을 항상 믿음직 스럽게 생각한다. 오랜 대화가 필요 없는
것이다. 지시가 내리면, 즉시 행동 개시다.

 

조과장은 제다의 번화가에 있는 칸다라 호텔 V.I.P. 식당으로 들어선다.  이 호텔은
제다에서  제일의  고급 호텔로 친다. 로비에 들어서면 넓은 홀과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이 호텔의 위상을 말 해 준다. 평소 예약 하기도 어렵거니와, 식당과 로비에는  항상
외국인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 조과장은  메뉴를 드려다 보다 웨이터를 불러 식사
주문을 한다. 클럽 센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웨이터에게 말을 건넨다.

 

" 웨이터!, 주방장을 좀 불러 줄 수 있나?, 우리가 이번 주말에 파티를 하는데, 특별
 요리를 주문 하려고 하거든,?"

 

잠시 후 배가 보통사람보다 두배는 되어 보이는 중년의 주방장이 요리사 복장을
한 채 디뚱 거리며 나타났다. 이 주방장도 사우디 본토인은 아니다. 조과장을 알아
보고는 씩- 웃는다.

 

" 미스터 조가 웬일이요?, 오래간만에, "
 
요리사는 이미 조과장이 자기를 찾아 온 이유를 알면서 시침이를 뗀다.

 

" 지난번과 같은 거 한박스만 구해줘 "
주방장이 잠시 눈을 아래로 깐다.

 

" 저녁에 전화 해 봐!, "

 

거래는 간단히 끝났다. 대사관에서 조차 구하기 힘든 위스키 "죠니 워카" 를  한시간도
않 걸려 예약을 한 것이다. 간혹 각국 대사관에서 외교 파우치를 이용하여  비밀리에
주류와  돼지 고기를 공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적발되면 가차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사우디에서 주류를 구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날 밤 늦게, 식당문이 닫힐 때 쯤, 조과장은 주방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지금은 않되고 이삼일 기다려야 하겠는데, ... "


" 알았어, 모래 전화 다시 할게, "

 

조과장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스럽고,
쌍방간의 두터운 신뢰를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 후, 조과장이 주방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주방장이 주위를 살피는 듯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 내일 오후 2시,  나화 스트리트에서 만나 보시요. 고장 난 차가 있을 거요.
   굳텐 탁 이라고 말하시요.  병 당  90 불이요 "

 

당시 면세점이나 기내에서의 죠니 워커 750 ml 한병 값은  미화 6 불이다.

그러나 값은 문제가 않된다. 물건만 있으면 아무리 높은 값이라도 지불 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나화 스트리트는   제다시 외곽에 있는 주택가의 좁은 골목 길이다. 낮 시간에는
행인의 발길이 뜸한 지역이고, 특히  오후 2 시 낮 잠자는 시간에는 사람의 그림자
조차 찾아 보기 어려운 곳이다.

 

다음 날, 조과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골목 길 한쪽에 본넷트을 열어 놓은 빛 바랜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두 사람의 유롭인이 머리를 맞대고 본넷트 안을 들여다
보며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독일어 암호와는 달리, 독일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십 중 팔구 네델란드  사람임에 틀림없어. )

 

"  굳텐 탁!,"

 

"  굳텐 탁! "


암호를  주고 받는 이외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조과장은 미화 100 불짜리 지폐 11매를
부채모양으로 넓게 펴서 상대방에게 건넸고, 상대방은  뒷 트렁크에서 죠니 워카 라벨이
붙은 위스키 12 병이 담긴 박스를 넘겨 주었다. 이 물물 교환은  10 초도 않 걸렸다.
그리고 작별 인사도 없이 각자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조과장은 야릇한 성취감에  몸이
날아 오르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 가장 어려운 일이 이렇게 가장 쉽게 이루어 질 수도 있는거야!  이 세상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