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인공섬 '팜 주메이라' (AFP=연합뉴스) |
사태 진앙지 두바이월드 본사 적막감만
초호화 호텔 체크인 행렬 대조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28일(현지시간) 오후 두바이 `팜 주메이라'.
`세계 최대 인공 섬',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 섬에 들어서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임대 중(Now Leasing)'이라는 대형 광고 현수막이 아파트 곳곳에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이 아파트는 1년 임대 계약시 1년 거주 뒤에도 3개월을 공짜로 더 살 수 있는 혜택을 내걸고 지난 4월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지만 아직도 세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두바이의 한 단면이다.
`사막 위의 기적'으로 불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두바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던 두바이는 결국 지난 25일 채무상환을 6개월간 유예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두바이 정부 소유의 최대 지주회사 두바이월드가 있다.
두바이월드의 부채 규모는 590억달러(한화 68조원)로 두바이 정부와 정부 소유 기업의 전체 부채 규모 800억달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14일에는 자회사 나크힐의 이슬람 채권 35억달러의 만기가 예정돼 있는 등 내년 5월까지 상환 또는 재융자해야 하는 부채 규모도 56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인 두바이월드의 본사는 이슬람 명절 `이드 알-아드하' 명절을 맞아 지난 26일부터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적막감만 감돌았다.
셰이크 칼리파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의 초상화 아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경비원만이 유일한 근무자였다.
최근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채무 상환 유예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우리 같은 경비원이 회사의 정확한 정황을 알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답했다.
두바이월드 본사 앞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역시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금융인들로 분주하기만 했던 평소와는 달리 평온한 분위기였다.
파리 개선문을 연상케 하는 본관 `더 게이트' 앞의 증시 전광판만이 휴장 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5일 주가를 종목별로 바쁘게 화면에 띄울 뿐이었다.
두바이 종합주가지수(DFM)는 연초 대비 40%가 증가하며 현재 2,070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에 6,253.10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2년만에 3분의1 수준으로 주저앉아 있는 형국이다.
한때 중동 이웃국가는 물론 전 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두바이가 빚 독촉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과도한 외국 자본 차입과 과잉 투자에 따른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세계 최대 인공 섬, 세계 최고 건물(부르즈두바이), 세계 최대 테마파크(두바이랜드) 등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두바이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외국 투자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만 지탱이 가능한 경제구조 속에서 지난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바이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 세계 금융권의 신용 경색으로 돈줄이 막힌 두바이로서는 야심차게 진행하던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보류해야만 했다.
UAE 전체적으로 400개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총 3천억 규모의 사업이 멈춰섰다. 이중 대다수는 두바이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였다.
두바이 주재 한국 건설업체의 한 간부는 "UAE 수도 아부다비와는 달리 두바이는 석유 자원이 거의 없어 생존전략으로 건설 프로젝트에 집착하게 된 것 같다"며 "고유가 때 중동 오일머니가 대거 유입되다 보니 두바이로서는 충분히 판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바이는 이대로 몰락하고 말 것인가.
팜 주메이라 가장 끝에 위치한 아틀란티스호텔의 이날 풍경을 보면 두바이의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려울 듯 싶다.
불황으로 인해 특별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 현재에도 이 호텔의 가장 싼 객실은 1천680디르함(한화 60만원)에 이르지만 투숙객들의 체크인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연휴를 맞아 중동 인접국에서 휴가를 온 관광객이 넘치면서 주차장과 호텔을 잇는 셔틀버스도 쉴 새 없이 운행하는 모습이었다.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금융, 물류, 관광 분야에서 두바이는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바이는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의 한복판에서 안정된 치안을 유지하면서 각 분야의 허브로서 인프라를 공고하게 구축해 놓았다. 이는 이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월등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어느 국가보다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두바이 정부 관리들의 말을 과장된 것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아틀란티스 호텔 셔틀버스에서 만난 두바이 태생 시민은 "걸프지역에서도 변방에 불과했던 우리가 현재 위치까지 올 수 있게 만든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며 "두바이는 이번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구 150만명의 90%가 외국인인 두바이의 경우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과 같은 국민적 단결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두바이에게는 그래도 기댈 수 있는 언덕, 아부다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마침 UAE 연방정부의 수도 아부다비는 이날 두바이에 대한 지원의 뜻을 나타냈다.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조건적 지원은 지양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두바이가 내건 약속들을 검토한 뒤 사안별로 접근해 언제 어디서 두바이의 기업들을 도울 것인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바이 주요 거리에는 UAE 건국기념일(12월 2일)을 앞두고 셰이크 모하메드의 얼굴이 새겨진 배너가 일제히 걸렸다.
그가 이끄는 두바이호가 격랑의 파고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을지, 결국 좌초의 파국을 겪게 될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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