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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2 편 ) - 정 부장의 업무 [상]|

지식창고지기 2010. 1. 12. 00:18

제가 글의 분류를 낙타발바닥이라고 붙인 것과 앞으로 게재할 글과는 일맥상통한 것 입니다. 전 중동이라면 넌 저리가 납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는 어떠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중동생활 마지막은 쿠웨이트에서 했습니다앞으로 두 달에 걸치어 전하는 글은 우연히 획득된 글로 실제 H건설에서 있었던 일로 모두 실제 인물로서 저가 모시던 분들로 우리 중동 건설시장 개척사의 아픈 한 단면입니다. 이 분들의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발전된 조국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은 제목을 “세기적 엽기 재판”이라고 붙이었음을 상기시켜드립니다.

  

▲ 사우디 북서부 얀부에 세워진 원유 액화 시설

 세기의 엽기 재판  ( 12 편 ) - 정 부장의 업무

 

 

네 번째 공판이 끝나고, 최 상무와 M 변호사가 귀국하자, 정 부장에게는  또 다른 일정으로  눈 코 뜰 새 없는 업무가 계속 되었다.

 

아씨르 공사 내역은 10 메가 왓트  디젤 발전기 9기의 설치를 포함하여 300 kv 용량의 변전소, 132 kv  송전선 88 km, 각 가정으로 연결되는 13.8 kv 배전선 780 km 등이 포함 되어 있다.

 

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투입되는 자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고압 송전선을 연결하는 철탑과 각 가정까지 연결되는 배선용  전신주다. 1200 톤에 달하는 철탑은 이미 울산에 있는 그릅사에 주문을  했기 때문에 차질없이 제작 되고 있으나,  1700 본에 달하는 전신주 만은 사정이 달랐다.

 

사양에 의하면, 핀란드 산 특수 목재로 만들어진 이 전신주의 규격은, 상층부 지름 250 mm, 하층부 지름  450 mm, 길이 10 m,  본 당 무게 80 kg 이다. 총 수량 1700 본, 이 전신주는 선적 전 고온과 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방부 방수등 특수 화학 처리를 하는 공정이 있기 때문에 적기 공급이 매우 우려  되는 항목이다. 뿐만 아니다. 운송에도 위험 요소가 있다.

 

당초 계획에 의하면, 핀란드에서 선적한 제품은 해상운송으로  아라비아 반도의 동부 주베일에서 하역 하도록 되어 있다. 해상 운송기간 45 일,  주베일에 도착한 제품은 다시 육상으로 환적하여 대각선 방향, 아라비아 반도의 남서쪽 끝 예멘과의 국경지대 현장까지 1,500 km  육상운송을  하는 것이다.  만 3 일이 걸리는 운송 거리다.

 

곽 소장이 현장에 부임하기전,  주베일에 있는 중동 본부 임원 회의에서 현장 부리핑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곽 소장은 리스크 관리 항목으로 1,700 본  전신주의  현장 납품을 제 일 과제로 꼽았다. 이에 대하여, 정 부장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 하였다.

 

" 일차 하역지를 왜 제다로 잡지 않고 주베일로 잡았나요?, "                         

" . . . . . . . .  . . "

      

 

" 아마 견적 당시에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송 계획을 만든 모양  인데, 일차 하역지는 당연히 제다가 되어야 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30 여명 임원들과 현장 요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정 부장에게 쏠린다.
해외 담당 사장이 정부장 발언에 의문을 던진다.

 

"  제다?,  제다에 항만 하역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나?"

                                     

" 예, 제가 일차 조사 한바로는,  제다는 중동 지역에서 근대화 된 항구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우선 수심이 30 m,  접안시설이 6 개, 30 톤에서 60 톤 하역 크레인 등 12 만 톤까지의 화물선을 수용 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현재 유롭의 화물선들이 하루에도 수십척씩 접안을 하고 있습니다. "

 

" 제 일차 하역지를 제다로 할 경우, 우선 항해 거리가 45 일에서 32 일로 단축되고, 육상 운송 거리도 1,500 km 에서 800 km, 반으로 줄어 듭니다. 전체적으로 15 일이 단축되어 30 % 이상의 단축 효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행율도 2 % 이상의 절감 효과가 있게 됩니다. "

 

" 그런데, 왜 견적 팀들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

 

사장이 눈길이 즉시 견적 팀장에게 꽂힌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당시만 해도. 모든 것이 생소했다.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 했다. 처음 진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하나에서 열까지 눈으로 보고 만저보고, 느껴봐야 실체가 확인 되는 것이다. 뿐 만 아니라 입찰 팀들은 항상 시간에 쫒긴다. 자료 조사 하다보면 끝이 없는 것이다.   확인 한 사항을 또 확인 해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사항이 발견 되는 것이다.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던 시간은 느닷없이 흘러 가 버리고, 입찰 마감이 임박하면 초조한 마음에 밤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 부장이 견적 팀을 감싸 앉는다.

 

" 견적 할 당시 만 해도 제다 지사가 설립 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현지 조사가 미흡 했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 하겠습니다."

 

이틀만에 조사 보고서는 해외 담당 대표이사에게 텔렉스로 보고 되었고,  전신주 운송 개선 방안은 당일로  결재가 났다.

 

요즈음 정 부장은 그 후속 조치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미 전신주 1,700 본의 선적이 완료되었다는 보고를 2 일 전에 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제다 항의 하역 조건부터 점검을 해야 한다. 다행히 화물이 도착 하는 시점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 하역 시설도 아무 장애 없이 정상 가동이 예측되고 하역 인부도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하역 시기가 금식기인 라마단이나, 순례기인 하지 때가 아닌 것이 천만 다행이다. 라마단이나 하지때 하역을 하게 되면 어떤 불상사를 당 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