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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발바닥] 세기의 엽기 재판 ( 12 편 ) - 정 부장의 업무 [하]

지식창고지기 2010. 1. 12. 23:37

어제는 아산병원에서 망막특수검사를 받아 종일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어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시간이 새벽 세시 반입니다. 이제 눈의 부심이 사라 져 글을 올립니다.

 

제가 글의 분류를 낙타발바닥이라고 붙인 것과 앞으로 게재할 글과는 일맥상통한 것 입니다. 전 중동이라면 넌 저리가 납니다. 여러 선배님들께서는 어떠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중동생활 마지막은 쿠웨이트에서 했습니다앞으로 두 달에 걸치어 전하는 글은 우연히 획득된 글로 실제 H건설에서 있었던 일로 모두 실제 인물로서 저가 모시던 분들로 우리 중동 건설시장 개척사의 아픈 한 단면입니다. 이 분들의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의 발전된 조국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은 제목을 “세기적 엽기 재판”이라고 붙이었음을 상기시켜드립니다.

  

세기의 엽기 재판  ( 12 편 ) - 정 부장의 업무 [하]

 

또 한 제다에서 현장까지 800 km 를 사전 답사 하여야 한다. 허약한 교량은 없는지, 황사 현상으로  도로가 매몰  된 지역은 없는지,  운전자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중간 기착지는 어디로 정 할 것인지 등을  사전에 점검 하여야 한다.

  

제다에서 300 km 를 지나면  해발 2,000 m 이상인 고산 지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무거운  짐을 싣고 장 시간 주행 할 수는 없다. 특히 중간에는 통신시설이 없기 때문에 중간 기착지를  정 하여 인원을 배치하고, 안전 운행을  점검하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제다에서 남쪽으로  300 km 지점과 600 km  지점,  두군데에 차량  영선반과 인원을 배치 해 놓아야 한다. 간단한 음료와  비상 식량도  구비 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필요한  때에 기도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돗자리는 빠뜨릴 수 없는  항목 이다.

 

운송업자의 선발은 더욱 신중 해야한다.  운송량은 트레일러 60 대 분량에  불과하나 위험을  분담 시키기 위하여 두 업체 이상을  선발 한다.

 

가능하면 노후되지 않은 장비를 갖고 있는 업체를 선정 해야 한다.  운반 실적도 중요하다. 장거리, 고산지대의 운송은 예기치 못한 잔 사고로 디렘마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이때 노련한  경험만이 응급 조치를 취 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의 적재 방법도 운송업자와 협의 할 사항이다. 사용 할 운송 차량은 10 톤 적재 용량의 트레일러를 구상하고 있으나, 중량 보다는 용적에 문제가 있어, 트레일러당 28 본 이상은 적재 하려고 하지 않는다.  28 본의 무게는 2.5 톤에 불과하나, 고산지대, 장거리인 점을 고려하여, 그 이상의  적재는 업자측에서 수용하지 않는다. 인센티브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더 실어야 운송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이렇한 사항들은 빠짐없이 문서화하여, 계약서에 반영 시켜야  하며, 운송업체의 선발 이전에 계약서가 준비 되어야 한다. 계약서의 내용은 본문은 영어로 되어 있으나 아랍어 번역판도 준비해야 한다.

 

정 부장이 매달려야 하는 일은 현장 일 만이 아니다. 신규 공사 수주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항이다.

 

최근에 정 부장은 ,  제다 북부 얀부 지역에 대단위 석유 화학 단지가 들어 선다는 정보를 입수 했다. 석유 화학 단지가 들어 설 경우,  석유와  관련이 있는  시설들이 국제 입찰을 통하여  납품 된다. 석유와  관련된 시설의  국제 입찰은 높은  마진 율이 보장 되어 있어 어느 업체나 호시 탐탐  욕심을 내는 일감이다.  반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정 부장은 몇 일 전 우연히 호텔 로비에서 만난  미국인 엔지니어로부터 귀중한  정보를 입수 하였다. 헝크러진 머리에 면도조차 몇일 걸른 듯한 삼십대 청년이 누구를 기다리는 듯 서성이고 있었다. 정 부장은 거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가 사우디의 개발 사업과 관련이 있는  엔지니어 임을  감지했다.

 

" 안녕?, 알씨제이와이( RCJY) 사람들을 기다리시오?"

 

" 아!, 반갑소!, 나는 제임스 로건 이요, 짐이라고 불러 주시요, "

 

반갑게 손을 내 밀며, 다가오는 그를 보고 당황한 것은 오히려 정 부장 쪽이다.  그는정부장이 알씨제이와이에서  자기를 맞으러 온 사람으로 오해 한것이다. 알씨제이와이란 " Royal Commission for Jubail & Yanbu " 의 머리 글자만을 딴 약칭이다.

 

" 아!, 잠간,  나는 알씨제이와이에서 온 사람이 아니요,  내 이름은  제이비( JB )요,  한국 H 건설사에서 일하고 있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

 

그는  순간  당황한 듯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정 부장이 내민 손에 마지 못해 악수를  한다.

 

"  그런데, 내가 알씨제이와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줄을 어떻게 알았소?"

 

"  동양 사람들은  독심술이 탁월 하다오,  당신의 외형과 얼굴 표정, 복장등을 살펴 보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누구를 기디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 낼 수가 있거든, "

 

" 동양인은 무서운 사람들이군요?,  앞으로 조심 해야지!. "

 

이렇게 해서 사귄 미국인은 세계 제일의 건설, 설계, 감리,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회사인 벡텔의 주임 기사였다. 그는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동부 주베일지역과 서부 얀부 지역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퍄견 된 벡텔의 중견 간부 인 것이다.

 

그후 정 부장은 여간해선  얻기 어려운 고급 정보들을  그를 통해 틈틈히 얻어 낼 수 있었다. 물론 그 정보들이란 엄격하게 통제를 받는 정보 들이기 때문에 토막 정보 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 부장에게는 그 토막 정보면 충분하다. 이미 중동 경륜 4 년차인 정 부장에게는
풍부한 경험과 남다른 추리력이  있다.   이미 얻어 낸 토막 정보를  토대로 관계기관을 접촉 하던가 실무자와 면담을 하면 그 토막 정보는 이미 토막 정보가 아닌 체계화 된 완전한 고급 정보가 되는 것이다.

 

벡텔의 주임 기사, 제임스 로건으로부터, 주베일지역과 얀부 지역 개발을 위하여 설립 된 로열 커미션의 사업 계획을 단편적으로 귀 동냥한 정 부장은 그 날 밤, 날이 새도록 잠을 설쳤다.  제임스 로건이 들려 준 단어  " 주베일에 400 억 불,  얀부에 270 억 불 " 이란 어휘가 밤 새도록 귓가에서 맴 돌며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 날 이후 사우디 로열 커미션은 정 부장의 뇌리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워 버릴 수 없는 존경과 선망의 우상이 되었다.

 

" Royal Commission for Jubail & Yanbu !,"
" 기다려라 !, 언젠가는 내가 반드시 너의 파트너가 되어 주마!. "

 

정 부장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출 되는 투지를 되새기며,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