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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가난'의 이미지를 벗다

지식창고지기 2010. 7. 19. 13:48

공공임대주택, '가난'의 이미지를 벗다
[문예아카데미특강] 삶의 공간, 아파트⑤ 일본공공임대주택 탐색
       안효원(jumsonyun) 기자   
▲ 일본 코베 지역의 공공주택 사진. 일본의 공공주택은 반세기 이상의 지속적인 정책과 함께 발전했다.
ⓒ 서수정
이웃나라 일본의 공공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공공주택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을까? 박신영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일(금)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여름특강 '우리시대 삶의 공간, 아파트' 다섯 번째 강의에서 '일본공공임대주택 탐색'을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한국의 경우 10년 이상 임대되는 주택의 비율은 2.5%('04년 현재) 수준으로 선진국 수준인 10~15% 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장기임대 공공주택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98년이나 그 이후 일관적인 정책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공공주택 확대를 이루지 못했다. 현재는 김대중 정권 때 만들어진 '국민임대주택'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발전된 형태의 일본 공공주택정책과 현재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일본의 공공주택재고 비율은 약 6.6%로 유럽의 20~30% 보다는 적고, 미국의 1% 보다는 높다. 일본의 주택건설은 민간자금에 의존하는 것이 많고, 공적자금에 의한 주택건설, 공급은 보완적인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 이후 약 420만호의 심각한 주택부족은 공공주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박신영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공공임대주택 탐색’을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 안효원
일본의 공공주택정책

심각한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연합군 총사령부의 의견에 따라 1948년 '주택금융공고'를 설립했다. 주택금융공고는 주택건설 및 토지개발계획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특수금융기관으로 2005년 3월말까지 약 1936만호(전후 건설된 주택의 3할)의 주택에 융자를 했다.

1951년에는 주택곤궁자(스스로의 주거를 확보할 수 없는 계층)를 파악하여, 이들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주택을 지속적, 계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영주택법'이 제정됐다. 이로써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협력하여 주택에 곤란을 느끼는 저소득자에 대해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하는 공영주택의 건설이 제도화되었다. 박신영 연구위원은 "일본정부가 공공주택에 투자를 한 것은 개인의 소유 주택이 있어야 국가에 대한 존엄성을 갖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65년 이후 주택과 생활환경시설 정비가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1996년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주택건설계획법'이 제정되고, '주택건설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공공주택을 비롯 민간자력건설까지 포함한 주택건설계획은 이후 8기(2005년)까지 수립되었고, 일본주택건설의 큰 틀을 제시했다. 박신영 연구위원은 "매년 바뀌는 한국의 주택정책과 비교할 때 장기적인 일본의 정책은 귀감이 될 만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건설계획은 시기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했다. 3기 주택건설 5개년 계획(1976~1980년)부터는 주택의 양보다 질의 변화를 추구하고, 도시정책의 틀 내에서 주택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또 5기 주택건설 5개년 계획(1986~1990년)에서 국민이 생애주기의 각 단계,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안정되고 여유 있는 주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형에 맞는 새로운 주택정책의 목표를 확립했다.

▲ 오사카의 현영주택. 일본의 공공주택정책은 시대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했다.
ⓒ 서수정
공공주택정책의 변화

1996년 일본의 공영주택제도에 큰 변화가 초래되었는데, 고령화 사회, 주거에 대한 욕구 다양화, 고급화가 그 원인이었고, 공공주택 대상자의 불명확성이 그 변화를 가속화 시켰다. 이에 일본정부는 고령자, 장애자 등의 저수익자 중심 원칙을 강화하면서도 시장을 중시하는 새로운 정책체계로 재편을 감행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소득과 입지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하는 '응능응익가임제'였다. 일본 공영주택관리에 관한 연구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응능응익가임제가 시행된 1998년을 기준으로 수입초과자와 고액소득자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신영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 부담가능한 임대료를 부담토록 한 제도의 도입은 일본 공공주택을 진정한 의미의 복지주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일본 공공주택단지의 특징 중 하나는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노인 중심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 서수정
한편 일본 공공주택정책의 특징 중 눈에 띄는 것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자체의 장이 주도해서 각각의 지역의 실정, 즉 재정규모, 인구구성, 지세, 역사, 환경 등에 적합한 독자의 정책을 주체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경우 2005년 기준 38만호 중 대한주택공사가 91%의 주택을 건설했다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인 문제, 복지정책에 대한 주민요구 상승 등 곤란한 국면의 타개가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주택부서가 도시계획, 복지, 교육 관련 다른 부서와 연대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집적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공공주택을 공급, 유지관리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되고 있다.

▲ 공공주택 안에 음악회 등을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많은 시민들이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 서수정
일본 공공주택의 특징

시기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화한 정책, 지역 중심의 정책은 일본 공공주택의 다음과 같은 특징을 만들었다. 첫 번째가 고령화 사회에 맞춘 노인 중심의 주택 단지 구성이다.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은 외진 곳이 아닌 주택단지 중앙에 있는 경우가 많아 노인들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는다. 또 인근에는 24시간 응급센터가 있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둘째는 공공주택을 못 가진 자들의 '소외된 섬'이 아닌 생활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것이다. 동경수도권 북방 약 100km에 위치한 군마켄 아세사키시에 2005년 준공된 'i 파크-하나노 모리'는 중심시가지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시영주택건설사업으로 추진됐다. 45호의 공공주택 외에 5호의 중견 근로자 대상 임대주택, 보육시설, 아동상담실, 가족지원센터, 노인개호 상담창구 등이 병설되어 있다. 이는 공공주택 거주자 뿐 아니라 주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으며, 중심시가지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지역적 특성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규슈현 경계에 위치한 미나미오쿠니마치의 스기타 단지(2004년 준공)는 행정과 주민이 함께 새로운 주택 컨셉트에 맞게 건설한 공공주택이다. 설계 이전 단계부터 주민, 공무원, 대학교수, 건축가, 자원봉사 대학생으로 구성된 워크샵을 개최했다. 지역 특산품인 삼나무나 다다미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독자적인 분위기를 가진 스키타 단지는 건설주체가 국가가 아닌 지역 사정에 정통한 지자체이기 때문에 세세한 지역주민의 입장에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 일본의 공공주택은 주택문화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 서수정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된 일본 주택정책은 상황에 따라 그 모습을 바꿔가면서 현재 일본의 공공주택을 만들었다. 박신영 연구위원은 "일본 주택의 경우 공공주택이 민간주택을 리드한다"면서 일본의 공공주택을 높게 평가했다. 고령화 사회와 양극화 현상으로 저소득층 주거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 한국사회는 일본의 공공주택에 한수 배우는 것은 어떨까.